어떤이는 말하네
시인은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보는 사람이고 듣는 사람이라고
나는 새의 목소리를 빌려
나무가 노래하는 소리를 들었네
그리고 그들의 말을 받아쓰네
이제 막 말을 배우기 시작한
어린 손녀가 창밖을 내다보며
저 혼자 하는 말도 받아 적네
아 자연은 신비한 것
세상 그 누구도 한 적 없는
한 마디 말을 하고 싶지만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네
어느 시인은 말했지
나는 자연을 표절했노라고*

*이재무 시인의 ‘나는 표절 시인이었네’




<감상> 시인이 사물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새와 꽃이 시인의 발목을 잡고 시를 쓰게 만든 것이다. 성숙한 눈으로 자연을 볼 줄 아는 혜안(慧眼)을 가진 자만이 자연으로부터 선택을 받을 수가 있다. 아름답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자가 시인이 아닌가. 누구나 시인의 눈을 가지고 있음에도 시를 언제부터 쓰지 않았는지 생각해 보자. 그러면 사물이 나에게 말을 걸어오고 시를 쓰게 한다. 내 안에 초록이 만발한 산천을 담고 어린 아이의 옹알이처럼 그 소리들을 적게 된다면, 그것이 바로 시(詩)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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