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노준석
프로야구를 야구장에서 보는 것처럼 실감나게 관람할 수도 있고, 실제 현실처럼 게임을 즐길 수도 있는 ‘VR(가상현실, Virtual Reality)’은 놀랍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머리에 묵직한 VR기기(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를 써야 즐길 수 있는 기술이다. 보통 3시간가량 진행되는 야구를 관람하거나, 오랫동안 게임을 하기에는 무게 때문에 몰입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메타물질(자연계에 없는 성질을 가진 인공물질)을 이용해 가상현실기기용 디스플레이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포항공과대학교(POSTECH)는 28일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 노준석 교수팀이 빛의 스핀을 이용해 여러 홀로그램 이미지를 실시간으로 재생할 수 있는 메타표면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스핀인코딩된 메타홀로그램.
증강현실이나 가상현실 기술을 구현하려면 공중에 입체형태 이미지를 띄울 수 있는 홀로그램 디스플레이가 필요하다.

현재 시판 중인 가상현실기기는 모두 이런 기술을 적용하고 있지만 이미지 생성에 많은 부품이 필요해 부피나 무게가 늘어나는 단점이 있다.

노 교수팀은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메타물질에 주목했다. 메타물질은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광학특성이 있는 물질을 말한다.

이를 이용하면 물체에서 부딪혀 나온 빛을 눈에 들어오지 않게 함으로써 마치 눈앞에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원리로 투명망토를 만들 수 있다.

노 교수팀은 실리콘을 이용해 빛이 회전하는 방향과 편광을 조절해 두 개의 홀로그램 이미지가 동시에 나타나는 메타표면을 개발했다.

편광을 조절하면 이미지를 실시간으로 바꿀 수 있고 나아가 동영상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 기술은 홀로그램을 더 복잡하게 설계할 수 있어 화폐나 신용카드 등에 들어가는 위조방지 기술이나 암호화 기술에 적용할 수 있다.

실리콘을 사용하기 때문에 기존 반도체 공정에서 바로 제작할 수 있어 비용도 적게 든다.

이 연구는 광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레이저 앤 포토닉스 리뷰를 통해 발표됐다.

노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메타홀로그램은 60% 이상 투과 효율을 갖고 있어 눈으로 아주 선명한 이미지를 관찰할 수 있다”며 “소자 두께가 300나노미터(㎚)에 불과해 초경량 고효율 광학기기나 가상현실기기 제작에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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