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름이었을까,
땀 뻘뻘 흘리며 잠을 자다 꿈을 꾸었지.

꿈속에서 길을 찾다 불타고 허물어진 마을 어귀에서
당신이 나를 부르는데 그 먼 꿈밖으로
나가는 길을 나는 찾지 못해
해 지도록 울며불며 헤매기만 하였네.

서른 살 풋내기 교사, 내 젊은 날은 꿈에 갇혀 못 나오고
꺼멓게 타고 남은 교실 층계 뒤로 돌아가며 멀리서
수업 시작 종소리는 울리기 시작하였지.

까마귀처럼 웃는 아이들 유리창마다
기웃기웃 어떡하나,
꿈밖으로 나가는 길을 나는 아직도 모르는데.





<감상> 누구나 자주 꾸는 꿈이 있고, 그 강박감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습니다. 저는 40대 넘어서까지 불우했던 고등학교 시절로 다시 돌아가 미래를 바꾸는 꿈, 간혹 군대에 다시 가는 꿈을 꾸었습니다. 손금에 갇힌 새처럼 꿈밖으로 나가는 길을 좀처럼 찾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갇혀 있었기에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위의 시인은 젊은 교사 시절에 겪은 상처가 종소리처럼 귀에 쟁쟁하게 들렸을 것입니다. 꺼멓게 타고 남은 교실과 검은 얼굴로 웃는 아이들을 보면서 “기웃기웃 어떡하나” 종종 걸음을 쳤을 것입니다. 이런 꿈들이 어쩌면 자신을 더 강인하게 했을 겁니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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