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규채 대구경북연구원 경제동향분석팀장 연구위원
임규채 대구경북연구원 경제동향분석팀장 연구위원

최근 달러 대비 원화의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달러당 1,06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은 1,190원까지 상승하였다. 2017년 1월 11일 1,202원으로 최고치에 이른 이후 2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오른 것이다. 그러나 주목할 것은 환율변동의 원인이 우리경제에 직접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미·중 무역 갈등이 안전자산 선호 현상을 불러오며 달러화 강세를 부추겼고 한국의 수출 지표 부진 등이 불안감을 주었기 때문이다. 자국 산업보호과 경제활성화 정책이라는 그럴듯한 명분으로 시작된 미중 무역분쟁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세계경제의 패권 싸움이다. 문제는 미중 간의 분쟁에 속절없는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 우리경제의 현실이다.

그러면 이러한 환율 상승이 실물경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자. 일반적으로 환율 상승하면 원화가치가 떨어져 외국에서 판매되는 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커지게 되어있다. 때문에 힘든 행보를 하고 있는 조선과 자동차 산업은 이러한 상황을 반길만 하다. 문제는 과거와 달리 한국제품에 대한 글로벌 수요 감소로 인해 수출이 활발하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환율이 올라도 국내 제조업의 생산과 수출에 긍정적이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수출이 안 되는 건 가격 경쟁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주력 수출시장의 수요 감소 탓이 크기 때문이다. 과거 국내 수출은 가격 경쟁력에 의존했다면, 현재는 브랜드 등 비가격 경쟁력이 더 중요한 수출 요소로 부각되면서 가격 경쟁력이 커져도 직접적인 수출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더욱이 최근 국내 수출 감소는 주력 산업인 반도체의 글로벌 수요 부진과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이 가장 큰 원인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글로벌 경기가 좋지 못한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의 상승은 우리 주력 수출산업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뿐이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경북과 대구지역 섬유산업의 경우 영업이익은 떨어지겠지만 환율은 오히려 반길만하다. 최근의 환율인상은 그간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마진이 얼마 되지 않는 섬유산업에는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지역은 현재 금융권 대출이 늘어나긴 했지만 전형적인 경기불황기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건전성지표는 하락하고 연체율이 증가하는 등 지역 금융시장의 지표가 좋지 않다. 따라서 불황기에는 경제주체가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 펭귄효과로 인해 경제상황을 더욱 어렵게 할 수 있기에 주의해야 한다.

경기불황이 피부로 느껴지다 보니 환율, 금융부문에 대한 불안감도 지나치게 민감해지는 것 같다. 그렇다 보니 난데없이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 이야기가 다시 나오고 있다. 리디노미네이션은 사회적 비용 증대, 최저 임금 급등, 부동산 가격 상승 등을 유발하므로 불황기 시행은 불가하다는 신중론과 편의성, 화폐 위상 증대, 지하자금 양성화, 인플레이션을 오히려 유도해야 하는 지금이 추진 적기라고 주장하고 있는 단행론이 있다. 한국은행은 사회적 합의와 정치권의 행동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신중론이 우세한 상황이다. 이렇듯이 지금의 상황에서 불필요한 우려와 걱정은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는다.

최근 경기상황은 환율, 수입 원자재 가격, 물가 모두를 상승시켜 국내기업의 외채상환부담금의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환율도 수요공급에 원칙에 따라 움직인다. 따라서 변동성 축소를 위한 정부차원의 정책적 노력이 더욱 절실히 요구된다. 그리고 우리 지역에서는 산업별·기업별 상황에 따라 맞춤형 환율정책과 대응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환율 상승과 하락에 따라 다양한 이해관계가 나타나기 때문에 환율 변동요인들에 대한 연관관계를 면밀히 파악할 필요성도 높아졌다. 무엇보다도 개별 기업적 차원의 대응이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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