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황교안 전 총리가 지난 2월 자유한국당 대표로 선출된 후 당 지지도가 30%를 넘어서는 등 민주당과의 지지율 차이를 많이 좁혀 들어가는가 했더니 소속의원들의 ‘막말 릴레이’에 재갈이 물려 국민들로부터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는 쓴소리를 듣고 있다. 6일로 황 대표 체제 100일을 맞은 한국당은 의원들의 설화(舌禍)로 국민으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고 있다. ‘제 버릇 남 못 준다’는 옛말을 실감케 하고 있다.

지난 3일 황교안 당 대표가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소속 의원들의 막말 논란과 관련해 참석자들에게“ 깊이 생각하고 말하라는 심사일언(深思一言)의 글귀처럼 주의를 기울여 신중한 발언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황 대표가 회의를 마치고 나오자마자 황 대표 당부의 말이 무색해진 막말이 한선교 당 사무총장의 입으로 나왔다. 한 사무총장이 회의장 밖 바닥에 앉아 있던 기자들을 향해 “아주 걸레질을 하는구먼. 걸레질을 해”라고 내뱉었다. 이날 기자들이 황 대표와의 질의·응답을 받아쓰기 위해 복도 바닥에 엉덩이를 대고 앉은 채 이동하는 것을 보고 이같이 말했다. 한 사무총장은 지난달 7일에도 당 사무처 직원들을 향해 “ ‘X같은 XX야’ 같은 욕설은 물론 ‘꺼져’ 같은 폭언도 내뱉었다가 당 사무처 직원들부터 거센 항의를 받는 등 구설수에 올랐다.

지난달 31일에는 민경욱 한국당 대변인이 헝가리 다뉴브강 여객선 사고에 문재인 대통령이 구조대를 보내면서 “중요한 건 속도“라고 한 말을 빗대 “안타깝다. (구조) 골든 타임은 기껏해야 3분”이라고 자신의 페이스 북에 글을 올렸다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정치권은 물론 누리꾼들은 실종자 가족의 애타는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사려가 깊지 못한 글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날 충남 천안 우정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제4차 한국당 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이날 일부 언론에 실린 북한 관련 기사를 보고 “김영철을 숙청하고 김혁철을 처형했다는 보도가 나왔다”고 전제한 후 “야만성과 불법성, 비인간성만 뺀다면 어떤 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지도자로서 문 대통령보다 더 나은 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정 의장은 “안보와 외교의 실책에 대한 책임을 관계 장관에게 물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국회의원으로서 치욕스럽지만 김 위원장이 책임지는 면에서 문 대통령보다 낫다”고 거듭 말했다. 그의 발언은 ‘종북’논란까지 불러왔다. 황교안 당 대표는 정 의장 발언에 대해 초고속으로 사과했다. 그는 연석회의 도중 기자들에게 ”정 의장의 발언은 부적절한 측면이 많다“며 취지는 정부가 잘못한 사람을 책임감 있게 적절하게 조치하라는 것인데 부적절하고 과하게 말한 부분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밖에 차명진 전 한국당 의원은 세월호 참사 5주기를 하루 앞두고 지난 4월 15일 페이스북에 “세월호 유족들, 자식의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 처먹고, 찜 쪄 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 먹고 징하게 해 처먹는다”고 거친 표현을 했었다. 세월호 유족들은 같은달 22일 서울중앙지검에 차 전 의원을 모욕·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한국당은 차 전 의원에게 당원권 정지 3개월 징계를 내렸다. 김현아 한국당 원내대변인도 의원들의 망언 대열에 합류해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았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달 16일 YTN에 출연해 “한센병은 상처가 날 때 그 고통을 느끼지 못하고 방치해 그것(상처)이 더 커지는 것”이라며 “만약 대통령이 본인과 다른 생각을 가진 국민의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면 나는 그런 의학용어(한센병)를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가 사과를 했다. 이들외에 김순례, 김진태, 이종명 의원의 ‘5.18 망언’, 나경원 원내대표의 ‘달창 발언’, 김무성 의원의 ‘청와대 폭파 막말’ 등 품격을 갖춰야 할 의원들의 막말 수준이 도를 넘어도 한참 넘고 있다. 많은 보수층 국민은 한국당 의원들의 연속된 막말과 망언에 망연자실하고 있다. 황교안 대표가 오죽했으면 “앞으로 막말 재발 땐 응분의 조치를 내리겠다”고 했을까. 이래서야 한국당이 정책정당으로서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는지 생각들을 좀 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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