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영령 애도 묵념 사이렌에도 아파트 주민들 휴일 즐기기 여념

제64회 현충일인 6일 대구시 북구 구암동 인근 아파트에 많은 세대 중 한 세대에만 태극기가 게양되어 있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호국영령들을 애도하기 위해 지정된 현충일이 일반 휴일과 변함이 없는 등 의미가 멀어지고 있다.

6일 오전 대구 달서구의 한 아파트 단지.

오전이었지만 아파트 내 광장과 놀이터는 아이들로 북적였다. 평소 같으면 등교했을 시간이지만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휴일임을 보여줬다. 일부 아파트 베란다에 태극기가 걸려 있었지만 찾아보기 쉽지 않았고 매일 걸려 있던 관리사무소 건물 앞 태극기도 이전과 똑같은 모습이었다.

오전 10시. 사이렌이 길게 울렸지만 아파트 단지에 있던 아이들과 학부모들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같은 시간 인파로 북적인 동성로 일대도 호국영령을 애도하는 사이렌 소리가 퍼져 나갔지만 거리를 지나는 누구도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다.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동성로는 휴일을 즐기기 위해 나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동성로에서 만난 박주호 씨(21)는 두 달 전 전역한 취업준비생으로 이날은 수업을 듣기 위해 아침 일찍 토익학원을 찾았다. 박 씨는 현충일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싸운 분들을 기리는 날이며 조기를 단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유치원 때 배운 내용을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었으며 당시 집에 태극기도 달았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지금은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고 있었다.

휴일을 맞아 동성로를 찾은 A씨(21)와 B(19·여)씨는 현충일이 태극기 다는 날 정도로만 알았다.

직장인인 B씨는 올해의 경우 징검다리 연휴가 가능해 연휴에 대한 기대와 즐거움이 더욱 강했다.

고등학생인 김성은 양(17)도 9일까지 나흘간 연휴를 즐길 수 있는 날로 알고 있을 뿐 현충일 의미에 대해선 쉽게 답이 나오지 않았다.

반면 할아버지는 6·25 참전용사인 차형우 씨(23)에게 현충일은 남다르게 다가왔다.

전쟁 당시 전투병은 아니었지만 물자 수송부대로 참여했으며 지난해 돌아가시기 전까지 참전용사들과 주기적인 모임을 가졌다고 떠올렸다. 그는 다른 공휴일에 비해 의미를 정확히 기억하지 않은 이유가 있다고 차 씨는 설명했다. 즐겁고 축제 분위기인 다른 공휴일과 달리 현충일은 호국선열을 기리는 등 의미가 무거워 쉽게 떠올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차 씨는 “자신들과 관련 없는 공휴일의 경우 단순히 휴일로만 생각하는 것 같다”며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의미 정도는 기리는 날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수습기자

조한윤
조한윤 기자 jhy@kyongbuk.com

소방, 경찰서, 군부대, 시민단체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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