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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광장] 약산 김원봉과 미중 갈등
[아침광장] 약산 김원봉과 미중 갈등
  •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
  • 승인 2019년 06월 09일 15시 25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6월 10일 월요일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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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무역 경쟁으로 시작된 양국의 대치는 화웨이 문제로 확대되고 기존의 남중국해 문제가 더해지면서 타협의 가능성이 멀어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무역, 기술, 안보 세 영역에서 부딪치고 있다.

이미 많은 이들이 지적했듯이 현 미·중 갈등의 본질은 패권 경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교한 전략을 갖고 중국을 바라보지는 않지만 시진핑 주석이 추진하는 ‘중국제조 2025’를 “모욕적”이라면서 강력히 반발한 바 있다. 국제정세를 단기 물질적 이해로 판단하는 트럼프로서는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의 경제 대국으로 등장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 작년부터 시작된 미국의 대중 공세는 미 국방부가 6월 1일 ‘인도-태평양 전략’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미국의 핵심 정책으로 정착하였다.

‘자유롭게 개방된 인도·태평양 전략’은 2017년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공식 언급한 이래 2018년 5월 기존의 태평양 사령부를 인도·태평양 사령부로 개명하고, 같은 해 7월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구체적인 경제 분야 정책을 소개한 바 있다. 중국을 견제하는 전략이라는 것을 대부분 알고 있었으나 이 기간 동안 노골적인 발언과 문서 상 표현은 없었다.

그러나‘인도-태평양 전략’보고서는 중국을 “수정세력”이라면서 전략의 목표를 분명히 했다. 중국이 국제사회의 규범 자체를 무시하는 상황에서 미국은 중국과 “반드시 충돌하는 것은 아니나 경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서 사실상 선전포고에 가까운 선언을 했다.

중국은 시진핑 주석 출범 이후 ‘신형국제관계’를 선포하고 이에 따른 ‘신형대국관계’로 미국을 상대하는 한편 2013년부터 ‘신형주변국관계’ 차원에서 일대일로 전략을 시행하고 있다. 일대일로가 단순한 지역개발전략이 아닌 중국의 지정학적 팽창이라는 해석은 이미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 달 31일 시작된 아시아안보회의에 중국은 8년 만에 웨이펑허(魏鳳和) 중국 국무위원 겸 국방부장을 출석시켜 군복 차림으로 “대만과 관련해 누군가 중국을 갈라놓으려 한다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선포했다. 더불어 6월 2월 ‘무역협상에 관한 중국의 입장’이라는 제하의 백서를 특별 발간하여 “중국은 무역전쟁을 원하지는 않지만 두려움 때문은 아니다. 필요하다면 싸울 것이다”고 선언했다. 경제와 안보 영역 모두에서 미국과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관영매체를 통한 대미 비판 수준이 아닌 중국당국이 직접 밝혔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중 갈등을 패권 경쟁으로 규정한 이유는 양측 중 일방이 굴복해야 끝나기 때문이다. 패권은 한 국가만이 누린다. 미·중의 무역 분쟁은 어느 정도 타협의 여지가 있지만 중국의 첨단 기술 발전, 중국의 역린인 대만,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 등은 중국의 입장에서 결코 포기할 수 없다. 트럼프의 거친 몰아치기에 수세적이었던 중국이 지난 수주 사이 정부 차원의 적극 공세로 선회한 것도 더 이상 물러설 공간이 없다는 판단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미·중 갈등은 다차원적, 복합적 양상을 띠면서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대응이 안 보인다. 19세기 후반 서세동점의 문명사적 전환을 읽어내지 못하여 결국 나라를 빼앗기고 이후 국토가 분단되어 지금까지도 계속되는 고통을 받고 있는 한국이 21세기 아시아·태평양의 신질서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지금은 죽은 약산 김원봉을 불러낼 여유가 없다. 시급하게 요동치는 국제정세를 제대로 해석하고 국가의 대전략 방향을 설정한 후 국민의 총력을 모아 나아갈 때이다. 죽음으로 나라를 지킨 호국영령이 듣고 싶은 것은 과거의 일이 아니고 대한민국의 백년대계를 위한 구상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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