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입안의 비린내를 헹궈내고
달이 솟아오르는 창가
그의 옆에 앉는다

이미 궁기는 감춰두었건만
손을 핥고
연신 등을 부벼대는
이 마음의 비린내를 어쩐다?

나는 처마 끝 달의 찬장을 열고
맑게 씻은
접시 하나 꺼낸다

오늘 저녁엔 내어줄 게
아무 것도 없구나
여기 희고 둥근 것이나 핥아보렴




<감상> 고양이는 자주 가출하는 동물이지만, 욕망으로 가득 찬 사람이라고 생각해 보자. 항상 채워지지 않는 욕망들을 애써 감춰보지만, 마음의 비린내를 풍기지 않을 수 없다. 욕망들은 고양이처럼 집 밖을 나갔다가 때가 되면 어김없이 꾸역꾸역 들어오고 만다. 아무리 욕망들을 입으로 헹궈내어도 그 체취를 감출 수가 없다. 그러니 달의 찬장을 열어보지만 그 속은 텅 비었기에 맑게 씻은 접시 하나밖에 내어줄 게 없다. 욕망이 크면 클수록 접시도 보름달처럼 희고 둥글다. 접시를 끊임없이 핥고 핥아도 그 욕망은 채워지지 않고 혀마저 닳아 없어지고 말 것이다. 계속 더러운 욕망을 가질지, 좋은 욕망을 가질지 반문(反問)해 보자.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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