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김정일 사망 때 조문 방북…‘후계자’ 김정은 직접 만나
2015년에도 인도지원차 방북…"다음 세대에 분단 아픔 물려줘선 안돼"

“해맑은 어린이들의 손을 잡으면서 다음 세대에 분단의 아픔을 물려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생각했습니다.”

10일 별세한 고(故) 이희호 여사가 지난 2015년 8월 3박 4일간의 북한 방문을 마치고 돌아와 한 말이다.

이희호 여사는 2000년 사상 첫 남북정상회담에 영부인으로 동행해 역사적 현장을 지켜봤을 뿐만 아니라, 남편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에도 활발한 활동으로 ‘6·15 공동선언’ 실천과 남북간 화해협력의 필요성을 역설해 왔다.

특히 그는 보수정부 시절 두 차례 북한을 방문해 경색된 남북관계 속에서도 햇볕정책의 ‘맥’을 이어가고자 했다.

남편과 함께 6·15 공동선언을 만들었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011년 12월 사망하자 이 여사는 조문을 위해 방북길에 올랐다. “저희 방북이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는 바람을 밝혔다.

그는 김정일 위원장의 시신이 안치된 평양 금수산기념궁전을 찾아 상주인 김정은 국무위원장(당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조의를 표했다.

당시 정부는 당국 차원의 조문단을 파견하지 않았고, 이 여사 일행과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의 유족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일행에만 ‘북측의 조문에 대한 답례’ 차원에서 방북 조문을 허용했다.

막 북한의 새 지도자가 된 김정은이 처음으로 만난 남측 인사들이라는 점에서 당시 방북의 의미와 상징성은 매우 컸다.

이 여사와 현 회장은 1박 2일의 방북 기간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도 면담했다.

이 여사는 3년 7개월 만인 2015년 8월에 다시 방북했다.

남북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친서를 보내 이 여사를 평양으로 초청하면서 이뤄진 방북이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93세 노구를 이끌고 북녘땅을 밟은 이 여사는 평양에서 평양산원·옥류아동병원과 육아원·애육원·양로원을 방문하고 묘향산에 있는 국제친선박람관과 보현사를 둘러봤다.

자신이 설립한 인도적 지원 단체인 ‘사랑의 친구들’ 회원들과 함께 짠 어린이용 털모자와 의약품 등도 북측에 전달했다.

북한 대남 라인의 핵심 인물인 맹경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이 방북 기간 이 여사를 수행했다.

그러나 초청 당사자인 김정은 위원장과의 면담은 끝내 불발돼, 꽁꽁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그대로 반영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이 여사도 방북 4개월 후인 2015년 12월 김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15주년 기념식에서는 “15년 전처럼 남과 북이 왕래하고 대화하는 시대로 돌아갈 것을 호소한다”며 꽉 막힌 남북관계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가장 가까운 동지였던 이 여사는 남편의 정치 인생에서 어느 때보다도 극적인 순간이었을 평양 6·15 남북정상회담도 바로 곁에서 지켜봤다.

그는 당시 평양행에 대해 2014년 6월 6·15 남북정상회담 14주년 기념식에서 “대결과 반목의 시대를 끝내고 화해와 협력의 관계로 민족의 운명을 바꿔보겠다는 굳은 결의를 했다”고 회고했다.

한국 여성운동의 선구자인 이 여사는 북한에서도 여원구 최고인민회의 부의장 등 여성계 대표들을 별도로 만나 남북 여성단체간 교류협력 강화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을 논의했다.

당시 이 여사가 평양에서 과거 이화여고 재학 당시 수학선생님이었던 김지한씨와 ‘60년만의 해후’를 한 것도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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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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