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가려고 그리
파닥파닥
꼬리 치다가
속 다 비치는 맨몸으로
목구멍 뜨겁게 타고 넘는데
뒤늦게 아차,
벗어둔 옷 챙기는 순간
네 입술 네 손끝에서
반짝반짝 빛나는구나

오 아름다운 비늘들

죽어야 빛나는
생애.




<감상> 모든 그리움은 흔적을 남기는데, 그 흔적이 바로 비늘입니다. 너에게 가는 길은 멸치처럼 험난하기 그지없습니다. 속을 다 보여 줘야 하고, 목구멍 뜨겁게 물결을 타고 넘어서, 모든 걸 다 주어야 합니다. 하여 온몸을 감싼 비늘이 벗겨질 수밖에 없으므로 끝내 죽음과 맞닿아 있습니다. 죽어야 네 입술과 손끝에서 비늘이 빛나고, 오롯이 사랑이 완성됩니다. 어디 멸치뿐이겠습니까. 나비의 날개에도 비늘가루가 묻어 있는데, 이 비늘이 흩어지면 곧 죽음을 맞이합니다. 그대를 향한 그리움은 비늘로 남아 빛나고, 고백하지 못한 말들은 아가미로 남아 불그레합니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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