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선수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승부차기다. 골을 넣으면 본전이고 못 넣으면 역적으로 낙인찍혀 모든 비난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11m 러시안 룰렛’이라 불리는 승부차기는 단 한 번의 실수가 승패를 가르는 경우가 흔해 키커의 부담은 천근만근이다. 세계 최고 키커 중 한 명인 베컴은 ‘유로 2004’에서 페널티킥을 실축한 뒤 “심리적 압박이 너무 커 다시는 페널티킥을 차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승부차기는 절대적으로 골키퍼에게 불리한 게임이다. 시속 100㎞의 킥은 공을 차는 지점과 골대와의 거리 11m를 0.4초 만에 통과한다. 반면 골키퍼가 공을 보고 몸을 날리는 데는 0.6초가 걸린다. 골키퍼 정면으로 차지 않으면 이론상으로 골키퍼가 공을 절대 막을 수 없다. 이 계산에 따르면 전체 골대(높이 2.4m×너비 7.3m) 면적에서 골키퍼가 절대로 막을 수 없는 면적이 63%다. 키커가 정확히 강하게만 차면 필승이다. 하지만 승부차기에선 발이 아니라 머리(정신)가 더 크게 작용, 실축하는 선수가 나오기 마련이다. 실제로 역대 월드컵에서 페널티킥 성공률은 80%로 실패한 20%는 심리적 압박감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승부차기는 먼저 차는 팀이 유리하다. 먼저 차야 심리적 압박이 덜하고 실제로 선택권이 주어지면 먼저 차는 쪽을 택한다. 그래서 ‘동전 던지기에서 이미 승패가 갈린다’는 말이 있다. 승부차기 키커들의 순서도 기선제압을 위한 1번과 확실한 마무리를 위한 5번 키커에 킥이 가장 뛰어난 선수가 배치된다. 세 번째 키커는 첫 번째나 마지막 선수에 비해 중압감이 덜하다. 그러나 첫 번째, 두 번째 키커가 모두 실축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세 번째 키커에겐 부담감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2011년 한국과 일본이 맞붙은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한국은 승부차기에서 1번 2번 3번 키커가 연이어 실축, 일본에 0대 3으로 졌다. 이때 3번 키커 홍정호의 실축은 1, 2번 키커의 실축에 대한 부담감이 크게 작용한 탓이었다. 이번 ‘U-20 월드컵’ 승부차기에선 한국의 1, 2번 키커들이 연이어 실축했지만 3번부터 3회 연속골을 성공시켜 4강 위업을 재현, 결승전까지 진출하는 사상 첫 쾌거를 이뤘다. 실축에도 무너지지 않은 강인성의 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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