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의료 폐기물이 경북에 집중 유입돼 제때 처리되지 않고 불법 보관돼 있는 것이 잇따라 확인되고 있다. 병원에서 나오는 의료 폐기물은 일반 쓰레기와는 차원이 다른 위험 물질이다. 자칫 감염성 질환이나 전염병의 확산 등 시민의 건강과 안전에 큰 위해를 끼칠 수 있다. 이 때문에 의료용 폐기물은 쓰레기가 발생하면 15일 안에 태워버리게 법으로 정해져 있지만 창고에 장기간 불법 보관하고 있는 것이 드러났다.

특히 경북을 비롯한 영남지역에 전국에서 발생하는 의료용 폐기물이 집중 유입 되고 있는 것이 확인 됐다. 환경청에 따르면 경북 고령과 문경, 대구 달성군, 경남 김해 등지에서 불법 의료 폐기물이 모두 1000t 넘게 발견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북도 등 지방자치단체는 의료용 폐기물이 어떻게 유입되고 유입 양이 얼마나 되는지, 또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 자세한 실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대구지방환경청이 지난 4월 3일 폐기물관리법 준수사항 위반으로 적발된 경북 고령군 다산면의 한 의료용 폐기물 소각업체에 대한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그 내용이 충격적이다. 이 업체는 위탁받은 의료폐기물을 소각한 것처럼 장부를 조작하고 수집·운반업체에 불법 보관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청이 압수한 물품과 디지털포렌식으로 컴퓨터·휴대폰 등을 분석했더니 더 많은 의료용 폐기불을 불법 보관하고 있던 것도 드러났다. 그간 알려진 7개소 보관량 1091.6t 외에 추가로 김천시 양천동의 창고에 50t이 보관돼 있는 등 모두 5곳에 149.5t의 의료폐기물이 불법 보관돼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김천 양천동 외에 김천 어모면에 10t, 고령군 성산면에 65.5t, 상주시 함창읍 20t, 구미시 금전동 4t 등이 확인됐다.

이처럼 경북 곳곳에 처리 업체들이 돈벌이에 눈이 멀어 처리할 수 있는 양을 초과해서 과도한 양의 의료폐기물을 받아 불법적으로 보관하고 있는 것이 드러났다. 업체들이 폐기물 처리 비용만 챙기고 처리하지 않은 것이다.

이 같은 불법 폐기물 보관 행위가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일 것이란 지적이 있다. 의료 폐기물은 해마다 1만t씩 증가하는데 전국의 처리 업체 수는 5년 째 14곳으로 그대로다. 전문가들은 처리 능력을 벗어난 ‘잉여 의료 폐기물’들이 전국에서 하루 100t에 달할 것이라 한다. 이들 잉여 폐기 물량이 고스란히 주로 폐기물이 처리돼 온 경북 등 영남의 어느 지역에 불법적으로 쌓여 가고 있지 않은 지 확인이 필요한 것이다.

서울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에서 발생한 의료 폐기물이 각각 333㎞, 316㎞ 떨어져 있는 경북 경주, 부산대병원과 전남대병원의 것은 125㎞, 200㎞ 떨어진 경북 고령 소각장으로 온다고 한다. 이처럼 먼 곳으로부터 경북으로 위해성 폐기물이 유입되고 있고, 그 처리도 불투명하게 이뤄지고 있다. 자칫 감염 위험이 있는 폐기물들로 인해 도민의 안전이 크게 위협 받을 수 있다. 경북도는 의료 폐기물의 유입 실태부터 파악하고, 도민이 불안하지 않게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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