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추신경에 작용해 정신 상태에 영향을 주는 각성제, 수면제, 진정제, 마약 등의 약물은 19세기 문예 사조의 낭만주의를 기점으로 유행처럼 번진 적이 있다. 계몽과 합리에 신물이 난 예술가들이 ‘새로운 영감의 원천’이라며 그동안 종교제의나 특정 사교모임 때 쓰던 약물을 개인 도취를 위해 쓰기 시작한 것이다.

이처럼 지난 시대에 질병처럼 번졌던 향정신성 물질로 인한 문제들이 우리 사회에 꼬리에 꼬리를 물고 터져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집단이 연예계다. 이들이 지난 시대의 빗나간 예술혼을 추종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한 연예 기획사 소속 가수들은 마약을 전달하고, 복용한 사실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어서 이들이 집단적으로 도취 돼 있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우리 사회에 마약 문제는 연예계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택시 운전기사에서부터 유흥업소 종업원, 농민에 이르기까지 직업과 신분, 서울과 지방 등 지역에 관계 없이 확산 돼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젊은층이다. 버닝썬 사태 후 경찰이 집중 단속을 벌여 4000명 가까운 마약사범을 검거했다. 이중 2, 30대의 비율이 53% 수준으로 절반을 넘었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조사 결과 20대의 경우 마약이 얼마나 위험한지 인식하고 있는 수준이 국민 전체 평균보다 크게 낮았고, 30대도 비슷한 수준이었다고 한다. 마약 유통 등이 공공연하게 이뤄지는 클럽과 SNS 발달 등 젊은 층에게 친숙한 집단 문화가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마약의 주 공급 루트인 SNS상 마약 광고 적발 건수는 4년간 23배나 폭증했다.

우리 사회에는 버젓이 ‘마약 마케팅’이 횡행하고 있다. ‘중독될 만큼 맛 있거나 편하다’는 뜻으로 ‘마약’이나 ‘물뽕’이란 단어가 접두사로 변형돼 사용되고 있다. 마약김밥, 마약베개, 물뽕물회, 물뽕치킨 식이다. 이렇게 ‘마약’이란 단어의 뜻이 왜곡돼 흔히 사용되다 보니 청소년이나 일반인들에게 마약이 긍정적이고 친근하게 인식되고 있다. 급기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상업적 목적으로 제품명에 ‘마약’이란 단어를 사용하지 못하게 해주세요”라는 청원이 등장했다. ‘마약’ 용어의 일상화부터 막아야 한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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