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한국대사관 정무공사 불러 중재위 개최 재차 요구

일본 정부가 19일 일제 징용 피해자에 대한 위자료 지급을 명령한 한국대법원 판결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제3국 중재위 구성을 요구했다.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은 이날 오전 외무성 청사로 김경한 주일한국대사관 정무공사를 불러 “한국이 기한 내에 중재위원을 임명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며 제3국에 의뢰해 중재위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김 공사는 이후 기자들과 만나 “중재위 개최에 응하라는 강한 요구를 (일본 측으로부터) 받았다”며 “본국에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경제협력협정(청구권협정)은 분쟁 해결절차로 외교 경로를 통한 협의, 양국 직접 지명 위원 중심의 중재위 구성, 제3국을 앞세운 중재위 구성 등 3단계(3조 1~3항)를 두고 있다.

일본은 지난 1월 9일 한국 정부에 외교상 협의를 요구했으나 거부당하자 지난달 20일 직접 지명을 통한 중재위 설치를 요구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당사자 직접 지명을 통한 일본 측의 중재위 구성 요구에도 답변 시한인 18일(구성 요청 후 30일 이내)까지 응하지 않았다.

한국 정부는 대법원판결을 존중한다는 기본입장 하에 피해자 고통과 상처의 실질적 치유, 그리고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구축 필요성 등을 고려해 이 문제에 신중하게 접근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반면에 일본 정부는 징용 피해자들이 일본제철(구 신일철주금)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한국대법원이 지난해 10월과 11월 잇따라 위자료 배상 확정판결을 내린 것은 양국 간 청구권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고 규정한 청구권협정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판결 수용을 거부하고 분쟁 해결절차를 통해 대응하겠다는 태도로 맞서고 있다.

당사자 지명에 의한 중재위 구성 요구에 응하지 않은 한국 정부가 기존 입장을 번복하고 제3국을 앞세운 중재위 구성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거의 없는 만큼 대치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청구권협정에 따른 제3국을 통한 중재위는 한·일 양측이 30일 이내에 각각 지명하는 제3국이 뽑는 위원과 이들 국가가 논의로 지정하는 다른 나라의 인선 위원 등 총 3명으로 구성하도록 돼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중재위 구성에 응하라고 강하게 요구했지만 한국 정부가 협정상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유감”이라며 “한국 정부는 향후 30일 이내에 중재 위원을 지명하는 제3국을 선정할 의무를 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한국 정부에 협정상의 의무에 따라 중재에 응하도록 계속해서, 강하게 요구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는 제3국에 위원 인선을 위임하는 방식으로 중재위를 구성하자고 한국 정부에 계속 요구한 뒤 궁극적으로는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이 문제를 가져갈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연합
연합 kb@kyongbuk.com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