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얘기 안 했어
장례도 없이
환생도 없이
같은 몸에서
몇 번이나 죽을 수 있다는 걸

여러 개의 문을 열어도
아무도 말 안 했어

깜깜한 방에서 웅크리면
나는 절반밖에 없다는 걸

한번, 찢어 본 적이 없는데
팔다리도 흔들지 않는데
저 안의 옥수수는
정말 살아 있나?

외투 속의 나는
정말 살아 있나?





<감상> 같은 몸 안에 밝음과 어둠, 삶과 죽음이 공생하고 있다는 걸 젊은 시인은 벌써 깨달은 것일까요. 아무도 일러준 적이 없는데, 몸이 먼저 알고 몇 번이나 죽을 수 있음을 체감합니다. 깜깜한 방에서, 옥수수 안에서, 외투 속에서 “나는 정말 살아 있나?”고 외쳐 봅니다. 그런데 아무도 답을 주지 않습니다. 죽음의 문제는 혼자 안고 가야 하는 문제이지 대신할 수 없는 것이니까요. 어쩌면 지금 잘 살고 있다고, 많은 것을 손에 쥐고 있다고 외치는 것이 한갓 꿈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궁금하다고 찢어보고, 팔다리도 흔들어 보지 맙시다. 살아 있는 것들은 그림자만 스쳐도 팔다리를 흔들어 보일 것입니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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