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보호자 X와 보호자 Y가 어느 모텔 앞에서 목격됐다는 건 놀랄 일이 아니었다. 그들은 모 병원 중환자실 보호자 대기실에서 만났다. 처음엔 내외하다 얼마 뒤엔 목례 쯤 했으리라. 시간이 좀 흐른 뒤엔 안녕하세요? 인사정도 했을 것이고 그러다 서로의 일을 도와주기도 했으리라. 그러다 손이 부딪혔으리라 마음이 부딪혔으리라. 부딪힌 마음에 흔적 없는 멍이 들고 그 멍이 꽃인 줄도 모르고 서로 미안하다 미안하다 얼굴 붉혔으리라. 그리고 어쩌다 돌아보게 됐으리라 눈이 마주쳤으리라. 삼년을 그렇게 곁눈질하다 그들은 슬리퍼를 끌고 추리닝을 입고 부르튼 입술에 립글로스도 안 바르고 그냥 모텔로 흘러들었으리라. 보호자 X와 보호자 Y를 잠시 내려놓고 X와 Y로 돌아갔으리라.’




<감상> 서사를 지닌 한 편의 시가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느낌입니다. 자신이 중환자실에서 간호하는 보호자 X나 Y로 등장하는 영화의 주인공이라고 가정해 봅시다. 서로의 일을 도와주다가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심정으로 처지를 이해하고 손과 마음이 부딪혔을 것입니다. 그 시간이 삼년이상 지속되다 보니 두 사람이 그냥 모텔로 흘러들었을 겁니다. 과연 이 시에서 당신은 불륜으로만 읽는 동물학자가 될 것인지, 불륜이상의 감정을 읽는 인문학자가 될 것인지는 각자의 몫일 것입니다. 오랫동안 두 사람을 지켜보고 관찰한 조연이라면 과연 모텔에서 나오는 X와 Y를 불륜으로 보았을까요.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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