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준수 순회취재팀장

“차라리 힘들고 아픈 시민에게 좀 쓰지”. 대구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 부위원장인 이시복 의원은 속 시원하게 말했다. 지난 18일 대구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 2018 회계연도 결산 승인 심사 때다. 경북일보 단독보도로 불거진 브랜드 슬로건 ‘컬러풀 대구’(Colorful Daegu) 개선안에 대한 이야기다. 4년 가까운 시간 동안 동그라미 색상 두 개 바꾸는 데 3억5200만 원을 썼는데, 시민의 고충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질책했다. 이영애 문화복지위원장도 “시민 항의전화가 빗발친다. 심각하게 고민할 사안”이라고 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의 생각은 많이 달랐다. 14일 가진 확대간부회의에서 대구를 리뉴얼 해나가자는 시민적 합의였고, 비록 동그라미 색상 두 개 바꾼 것이지만 오히려 수억 원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의 치밀한 검토를 거쳐 시민의 의견을 모아 결정했고, 외형상 변화는 작았으나 이를 수용한 것은 큰 의미가 있는 결정이라고도 했다. 시민에게 물었고, 전문가의 검토도 있었기에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시장이 이런 방침을 정해주니 브랜드 슬로건 개선사업을 진행한 차혁관 홍보브랜드담당관도 꿋꿋했다. 문복위 소속 시의원들이 혈세 낭비 지적에도 혈세 낭비라는 말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지역의 한 광고홍보전공 교수는 “일반 시민의 생각은 점 두 개 바꿀 거면서 뭐하러 3억5000만 원을 투입했느냐가 될 것”이라면서 “수억 원의 가치가 있다고 주장하는 대구시장은 과연 최선의 결론이었는지부터 되짚어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시복 의원은 개탄스럽다고 했다. 하루하루 먹고살기 힘든 시민이 과연 브랜드에 대해 얼마나 전문지식과 관심을 갖고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차라리 그 돈으로 사각지대에 놓인 시민을 어루만져주라고 주문했다.

이 의원은 대구시장은 행정에 대한 철학을 갖고 시민에게 욕을 먹더라도 미래를 위해 할 일은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시민설문조사, 공론화위원회 등의 절차로 정당성을 부여하고, 시장은 책임에서 자유로워지는 최근의 대구시 행정을 비판했다. 위원회만 자꾸 만들어서 정책을 결정하게 만드는 등 책임행정에서 자꾸 멀어진다는 이야기다. 욕을 먹으면서도 대구에 수많은 나무를 심은 문희갑 전 대구시장과 비교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산업디자인전공 교수도 “주인의식과 대안 없는 공론화 과정이었다”고 혹평했다.

이시복 의원은 “대구시장의 자화자찬은 시민의 보편적인 생각과 괴리감이 크다”며 “다음 달 ‘대구시 도시브랜드 가치 제고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을 심사할 때 시민의 의견에 반하는 결정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은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시민과 전문가를 통한 공론화 과정에서 쏟아져나온 다양한 의견이 어떻게 반영되고 묵살됐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점 두 개 바꾼 ‘컬러풀 대구’가 대구시가 원하는 일방적인 결정의 산물이라면 공론화라라는 말 자체가 어불성설이 될 것이라고 했다.

강민구 시의원의 말도 공감이 갔다. 시정 미션 아래 비전, 전략과 전술, 액션 플랜이 있는데, 대구시 공무원들은 이런 개념 정립이 정확하지 않아서 이번 브랜드 슬로건 개선작업이 욕을 먹게 됐다고 했다. 많은 수의 공무원이 강 의원 말에 공감한다고 했다.

권영진 시장도 3억5000만 원이 넘는 혈세를 들인 ‘컬러풀 대구’를 바라보는 시민의 생각이 어떤지 개념 정립을 했으면 좋겠다.

배준수 순회취재팀장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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