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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광장] 색(色)·공(空)
[아침광장] 색(色)·공(空)
  • 김경숙 기획자(ART89)
  • 승인 2019년 06월 26일 17시 33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6월 27일 목요일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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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숙 기획자(ART89)
김경숙 기획자(ART89)

 

이목일 작가님께 전화를 했었다.

‘누꼬?’ ‘경숙이 입니더’

‘어제(6月) 뉴욕서 전시하고 인천 후배 집에 있다’

몇 년 전에 작가를 만나러 함양을 갔었는데 그 후 몸이 안 좋아져 병원에 계신다는 소식을 들었다.

원래 작가 본명은 ‘이상욱’이다. ‘목일’이라는 이름은 작가 자신이 지었는데, 목일(木日)은 나무와 해(광합성)다. 서로 영향을 끼치는 이 ‘관계’는 작가의 그림에서도 드러난다.

작가와의 인연은 권기철 작가 전시를 기획(2016년)할 때 처음 만났다. 수염을 멋지게 기르시고 검은 안경을 쓰신 범상치 않은 모습이셨다. 하지만 뇌경색에 쓰러져 왼손이 불편하셨고 다리는 지팡이에 의지하고 계셨다. 그날 음악 CD와 책을 주셨다.

책 제목은 <나는 영혼을 팔아 그림을 그린다> 이었는데, 작가의 작품과 함께 삶의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몸이 불편해졌지만 영감은 풍부해졌고, 영혼은 자유로워졌다’

이목일 작가의 '붉은 고기와 꽃'
이목일 작가의 '붉은 고기와 꽃'

 

이목일 작가에 대한 소문은 익히 들었다. 1951년 경남 함양에서 태어나셨고, 중앙대 회화과 졸업 후 일본과 미국에서 유학을 하셨다. 그 후 한국, 도쿄, 뉴욕, 캐나다 등 수 많은 전시회를 개최하신, 우리나라 예술세계에 큰 흔적을 남기신 분이라 들었다.

오래되었지만, 2003년에는 호랑이(일 만 마리) 그림 초대전을 필드 갤러리(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열렸고, 2004년 미국의 프로골퍼 타이거 우즈가 호랑이 판화 작품 12점을 사가면서 화제를 모았었다.

작가님 작품을 처음 보던 날이 잊혀 지지 않는다. 파랑색인지 검은색인지 짙고 어두운 밤하늘 아래, 배경과는 다르게 환하고 화려한 꽃들 사이로 오리들이 줄지어 가는 그림이었다. 갑자기 눈물과 함께 턱! 말문이 막혔다. 아버지…

이목일 작가의 ‘나비의 꿈’
이목일 작가의 ‘나비의 꿈’

 

‘그림을 보고 갑자기 왜 눈물이 나는지?’ 하고 물으면 그 자리에서 대답을 못했을 것이다.

선학(仙學)에서 불립문자(不立文字)는 이심전심(以心傳心)이라는 말이 있다.

‘이러할까? 저러할까?’

‘결과를 앞세우면 논리의 왜곡이 나올 수 있고, 논리를 앞세우면 그것은 사변일 뿐 어떤 실천도 추출해내지 못한다. 게다가 철저한 논리는 현실에 대한 가당치 않은 폭력을 낳기 일쑤이다.(정세근 교수)’

그 그림은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리게 했다. 부모의 인연으로 만나 나도 부모가 되었다. 나의 기억은 ‘아버지’에 머물러 있는데 물은 흘러가고, 밤하늘엔 또다시 별들로 채워진다.

작가의 그림에는 강렬하고 화려한 색들이 있다. 빨강, 노랑, 파랑…그 색 이면에 영혼, 고독, 사랑이 묻어난다,

‘원색은 진실이다(작가)’

작가의 그림(색)을 보면 자신의 감정을 에둘러 말하지 않는다. 감추어짐 없이 드러낸 욕망, 자유로움을 색과 자연(나비, 오리, 물고기, 꽃)에 생명을 주고 작가는 영혼을 바쳤다.

‘죽음에서 귀환했다. 고집스런 나의 부덕이 죽음의 문턱까지 데려가 새 세상을 다시 보게 했다. 죽음의 문턱에서조차 버리지 못하고 가져온 닿고 닿은 붓을 놓지 않은 것이다. 나는 몸이 고장 난 게 아니었다. 붓만 쥐고 있으면 유영(游泳)한다. 하늘을 날고 떠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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