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한국을 방문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29-30일 양일간에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할 계획이라고 한·미 주요 언론들이 27일 동시에 밝혔다. 트럼프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최근 친서를 주고 받으며 “아름답고 흥미롭고 매우 유익한 내용이 담겨 졌다”고 서로 화답을 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가 비무장지대에서 김정은과 극적인 만남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성 추측으로 언론의 관심을 모았다. 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이 북·미간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에 정상회담이 있을 것이라는 언론보도가 잇따랐으나 모두 다 실현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들은 오는 30일 트럼프 대통령이 헬기로 DMZ를 방문해 연설하는 방안을 한국측과 조율 중이라고 보도했고 우리 정부 관계자도 트럼프의 DMZ 방문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중단된 북·미간 비핵화 정상회담이 다시 재개될 것이란 희망적인 조짐들이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DMZ를 찾아 대북 메시지를 발표한다면 그 내용에 압박보다는 대화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5일 이란에 대한 추가제재와 관련해 이란의 핵 포기를 촉구하며 “잠재적으로 경이로운 미래를 갖고 있다”고 말한 뒤 “나는 북한에 대해서도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토대로 북·미 대화의 재개가 머지않았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지난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세계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을 앞두고 진행된 연합뉴스, AP 등 국내외 주요 뉴스통신사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북·미 양국 간 3차 정상회담에 관한 대화가 무르익고 있다”고 밝히고 “하노이 정상회담을 통해 서로의 입장에 대한 이해가 선행된 상태의 물밑대화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제3차 북·미 정상회담이 머잖아 열리게 된다고 해서 현재 교착상태에 있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바로 풀어질지는 두고 볼 일이다.

최근 들어 북한측이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문 대통령의 스웨덴 발언에 대해 맹비난을 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26일 북한 외무성이 대변인 담화를 통해 “조·미 수뇌분들이 아무리 새로운 관계 수립을 위해 애쓴다고 해도 대조선 적대감이 골수에 찬 정책작성자들이 미국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한 조·미 관계 개선도, 조선반도 비핵화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폼페이오와 볼턴을 겨냥, 맹비난했다. 북한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도 지난 27일 문 대통령의 북유럽 순방 발언과 관련, 현재 남북 및 북미 대화 교착 국면의 책임을 북한에 돌리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 매체는 “세계의 수많은 사람 앞에서 아무 거리낌 없이 내뱉은 남조선 당국자의 발언을 굳이 평한다면 현실에 대한 맹목과 주관으로 일관된 편견이고 과정을 무시한 아전인수격의 생억지”라고 비난했다. 이어 “오늘의 비정상적인 사태가 변함이 없는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과 그에 동조하는 남조선 당국의 우유부단한 행태에 의해 초래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 매체의 이런 언급은 문 대통령이 스웨덴 의회연설에서 “북한의 평화를 지켜주는 것은 핵무기가 아닌 대화”라고 한 발언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앞에서는 맹비난을 하면서 뒤로는 회담의 제스츄어를 하고 있는 북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의 30년에 걸쳐 이용하고 있는 이중성 전략을 심각하게 인식해야 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DMZ에서 메시지를 보낼 경우 내년 대선용의 정치쇼 같은 발언은 삼가하고 진정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미국측의 의지를 김정은에게 보여줘야 할 것이다. 자칫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를 전제로 한 북한의 장미빛 미래’를 언급하면서 현재의 제재에서 한걸음 물러서는 ‘제재완화’의 신호를 보낸다면 북한의 ‘출구 없는 비핵화 터널’의 빗장은 더욱 굳게 잠겨지는 역효과를 보게 될 것이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