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방문 ‘역사적 방한’될지 최대 관전포인트…평화프로세스 분수령
2시간 걸친 한미 정상회담…文대통령 촉진행보 속 비핵화 방안 주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달 하순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 문재인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라고 미 백악관이 15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했다. 사진은 지난 2017년 11월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단독 정상회담에서 악수하는 모습. 연합 자료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을 타고서 29일 오후 경기도 평택 주한미군 오산 공군기지에 안착하면서, 북미 핵담판의 중대 분수령이 될 1박2일 간의 공식 방한일정이 시작됐다.

한반도를 둘러싼 남·북·미·일·중·러 정상들의 연쇄 외교전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방한을 기점으로 절정을 향해 치닫는 모양새다.

북미 대화가 그동안의 소강국면에서 조금씩 벗어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30일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어떤 대북 메시지와 비핵화 해법을 조율해낼지가 최대 관심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제안’으로 판문점에서 북미 정상의 만남, 나아가 남북미 정상회담의 전격 성사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어 이틀에 걸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행보를 전세계가 숨죽이고 지켜볼 전망이다.

◇ DMZ 남북미회담 가능성…‘역사적 방한’ 기대감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일정 중에는 비무장지대(DMZ) 방문이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애초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떠나기 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으나, 이날 오전 트위터 메시지를 통해 DMZ 방문을 공식화하며 “그(김 위원장)를 만나 악수하고 인사(say Hello)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며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여기에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의미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화답하고,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동행하리라는 예측에 힘이 실리면서 일부에서는 남북미 정상회담의 극적 성사에 대한 기대감이 번지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뉴스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남북미 정상은 톱다운 방식의 소통으로 상상을 뛰어넘는 일들을 해왔다”며 “이번에 실제로 남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설령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만남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 간 대화를 제안하고 북한에서도 “의미 있는 계기”라는 평가가 나온 것만으로도 비핵화 대화 재개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아울러 김 위원장과 회동 성사 여부를 떠나 트럼프 대통령이 DMZ를 찾아 ‘대북 평화 메시지’를 낸다면 이 또한 비핵화 협상을 진전시킬 모멘텀으로 작동하리라는 예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DMZ를 방문할 경우 현재로서는 판문점 인근 최북단 오울렛 초소(OP) 등이 후보지로 꼽히며, 북미 혹은 남북미 정상 간 만남이 성사될 경우에는 판문점으로 장소가 결정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11월 첫 방한 때에도 문 대통령과 함께 DMZ를 헬기로 동반 방문하려다 기상 문제로 일정을 취소한 바 있다.

◇ 文대통령과 2시간 정상회담…비핵화 논의 진전 주목

트럼프 대통령은 방한 둘째 날인 30일 오전 11시부터 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문 대통령 취임 후 8번째이며, 지난 4월 미국 워싱턴DC에서 가진 회담 이후 80일 만의 한미 정상회담이다.

이번 회담은 두 정상의 단독회담과 확대회담을 겸한 오찬 순서로 진행되며 오후 1시 공동기자회견도 마련된 점을 고려하면 두 정상은 두 시간 넘게 회담을 진행하는 셈이 된다.

회담에서는 북미 간 비핵화 대화를 진전시키기 위한 방안을 두고 두 정상이 머리를 맞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미 간 비핵화 대화의 소강 국면이 최근 조금씩 해소되는 듯한 조짐을 보여 이날 논의 결과가 한층 주목된다.

최근 문 대통령이 뉴스 및 세계 6대 통신사와의 합동 서면인터뷰에서 ‘영변핵 전면폐기 - 부분적 제재 완화’의 맞교환 중재카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이런 절충안 등을 중심으로 북미의 입장차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 논의되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서면인터뷰에서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과 우라늄 농축시설을 포함한 영변의 핵시설 전부가 검증 하에 전면적으로 완전히 폐기된다면 북한 비핵화는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든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 조야에서 문 대통령이 언급한 영변핵 전면폐기를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평가하는데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지만, 문 대통령의 발언은 완전한 비핵화의 ‘입구’에 진입하는 의미라고 청와대 측에서는 설명하고 있다.

2시간 가량의 대화를 마친 후 오후 1시에 생중계되는 공동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어서, 한미 정상이 이 자리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에서 한미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압박할 가능서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조이 야마모토 미 국무부 한국과장은 지난 24일 방위비 분담 정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 작업이 끝나는대로 차기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에 대한 협상을 한국과 시작하기를 희망한다면서 “우리는 주한미군 주둔에 대한 한국의 추가 분담금을 요구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반(反) 화웨이 전선을 비롯한 미중 무역분쟁과 관련한 언급이 나올 가능성도 일부에서 거론되고 있다.

◇ 19개월만의 청와대 만찬…한미동맹 강화에 방점

앞서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24일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소식을 전하며 “한미동맹을 더욱 공고히 하면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항구적 평화 구축을 위한 양국 간의 긴밀한 공조방안에 관해 심도 있는 논의를 갖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방한을 통해 한미 간 튼튼한 동맹관계를 확인하는 것도 역시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오후 7시 40분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나 사전환담을 하고서 만찬을 하는 것에도 역시 정상 간 우호관계를 확고히 하겠다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문 대통령이 30일 오후로 예정되는 DMZ 방문에 동행한다면, 이는 한반도 평화와 안보에 한미 양국이 굳건히 협력하겠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될 수 있다.

◇ 트럼프, 경제인 리더 만남…재계 총수들 총집결

트럼프 대통령은 방한 둘째 날인 30일 한국 기업인들을 만나는 것 역시 눈길을 끄는 일정이다.

만남의 성격은 ‘간담회’로 전해졌으며 참석 대상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들이 거론된다.

재계 관계자는 “10대 그룹 총수들이 대부분 참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기업인들에게도 흔치 않은 기회”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기업 총수들에게 적극적으로 투자와 시장 진출을 확대해달라는 메시지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기업들 역시 미국 시장 진출에 있어 미국 정부의 지원을 당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미중 무역전쟁과 관련,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반(反)화웨이 전선에 동참하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직간접적으로 거론할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

직간접적으로 미중 사이에서 미국에 힘을 실어달라는 메시지가 나올 수 있어 일부 기업인들이 긴장하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다만 반대 편에서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며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잠정 중단과 무역 협상 재개를 결정, 사실상 ‘휴전’을 선언한 만큼 국내 기업인들과의 만남에서도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얘기의 비중은 크지 않으리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일정을 소화하고서 30일 오후 워싱턴을 향해 출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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