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다문화재단·코레일 대구본부, 다문화가정 3쌍 이색 결혼식 지원

28일 동대구에서 포항으로 향하는 경북나드리열차에서‘다문화가정 열차결혼식’이 열렸다. 이날 세 부부가 행복한 마음을 담은 편지를 읽고 있다. 조한윤 수습기자 jhy@kyongbuk.com

28일 오전 8시 12분 동대구역에서 출발하는 4량의 짧은 열차에 고운 한복을 입은 여성 3명이 몸을 실었다. 그녀들의 옆에 나란히 걷는 3명의 남성도 멋진 한복차림에 작은 미소를 머금었다. 3쌍의 남녀가 경북나드리열차 3호 칸에 등장하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포항으로 달리는 열차 속에서 백년가약(百年佳約)을 맺게 된 주인공들은 밝은 미소로 화답했다.

이날 경북나드리열차 3호 칸에서 이색 결혼식이 진행됐다. 한국다문화재단 중앙회와 코레일 대구역사가 한국으로 귀화한 이들에게 잊지 못할 결혼식을 선물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열차 곳곳에 장식된 흰색 장미와 꽃길이 화려한 웨딩홀 못지않았다. 하객들이 축하할 자리는 열차 좌석이 대신하면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특별한 예식장이 만들어졌다.

특히 한국다문화재단 홍보대사인 가수 김흥국씨가 주례를 서 의미를 더했다. 김흥국씨는 “많은 결혼식에서 주례를 섰지만, 기차에서는 처음이다”며 “앞으로 항상 건강하고 서로 사랑하기 바란다”고 덕담을 건냈다.

세 예비부부가 흔들리는 열차 좌석 사이에 놓인 꽃길을 걷자 베트남 전통의상 ‘아오자이’를 입은 여성들이 박수를 보냈다. 세 부부의 가족과 친척을 비롯해 유학생과 이주민 등 하객 100여 명 모두가 이들의 결혼을 축하했다.

예비부부들은 배우자를 만나 행복한 마음을 편지에 담아 읽었고, 사랑을 맹세하는 예물교환까지 마쳤다.

힘찬 행진으로 결혼식을 마친 세 쌍의 부부, 이들 가운데 4명은 베트남 출신이다. 모두 귀화해 한국 이름을 얻었다.

신부 이세희(24·여)씨는 지난 2014년 한국에 온 이후 2017년 귀화하면서 한국 이름을 얻었다. 이후 친구의 소개로 만난 남편 김상규(41)씨와 일 년 동안 열애 끝에 결혼하게 됐다. 이씨는 “특별한 날에 기차에서 결혼식을 올려 설레는 마음이 더 커진 것 같다. 결혼식을 찾아준 하객들이 즐거워해 더욱 기쁘다”며 “남들이 못해본 결혼식 한 만큼, 추억이 더 오래 남을 것 같다”고 웃음을 지었다.

결혼식을 지켜본 베트남 유학생인 응웬티흐엉(23)씨는 “기차에서 결혼하는 것을 보는 게 처음이라 신기하고 즐겁다”면서도 같은 국가 출신 신부들의 결혼식을 진심으로 축하했다.

‘다문화가정 열차결혼식’ 행사를 주관한 한국다문화재단 중앙회 권재행 대표는 “지난 4월 다문화 가정과 영주를 방문했을 때 백일을 맞은 자녀가 있어 기차에서 즉석 백일잔치를 열었다. 당시 승객들의 반응이 좋아 결혼식까지 기획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세 부부의 결혼식으로 진심으로 축하하고 앞으로 행복한 결혼생활이 되길 빈다”고 말했다.

 

조한윤 수습기자
조한윤 기자 jhy@kyongbuk.com

소방, 경찰서, 군부대, 시민단체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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