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인들이 난곳이 두메산골인 경우가 가끔 있다. 경북 안동군 길안면 지례가 그런 곳이다. 천재 물리학자이자 초대 포스텍 총장을 지낸 김호길(1933~1994년) 박사와 초대 한동대 총장을 지낸 김영길(1939~2019) 박사가 이곳 출신이다.

“문리대학이라는 이름은 시골 중학교 1학년생에겐 생소하기 짝이 없었죠. 당시만 해도 시골 아이들 사이에선 고려대학 하면 먹는 ‘고래’를 연상했고, 문리대학이라면 안동말로 ‘문어나 오징어’가 머리 속에 떠올라 ‘참 이상한 이름의 학교도 있다’ 싶었지요” 김호길의 어릴 때 고향에서의 회고다.

김영길 총장도 이렇게 회고했다. “어렸을 때 자동차보다 비행기를 먼저 봤어요. 책에서 보니까 프로펠러 모형 비행기가 있었어요. 그걸 만들어 보겠다고 강가에 나가 미루나무를 잘라 바짝 말린 다음 숫돌에 간 낫으로 프로펠러를 만들었지요. 줄기차게 만들었지만 고무줄을 감아 땅에 놓으면 날지 않고 그저 땅에서만 맴돌았어요. 그 때 형님이 비행기를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재료라고 말씀하셨어요”

지금은 행정구역이 바뀌어서 안동시 임동면에 속해 있지만 전에는 길안면 소재였던 지례는 지금도 여전히 산골이다. 김호길과 김영길은 이 산골에서 길산초등학교를 세워 교장을 지낸 김용대 씨의 네 아들 중 셋째와 넷째 아들로 태어났다.

이 산골출신 김호길은 영국 버밍엄대에서 이론물리학 박사를 받고 미국 메릴랜드대 교수를 역임했다. 1985년 8월 박태준 전 포스코 회장의 간곡한 권유로 세계적 수준의 공과대 설립에 참여해 초대 포항공대 총장을 역임했다.

김영길은 비행기를 만들겠다는 어린 시절 꿈을 실현하기 위해 서울대 금속공학과에 진학했고, 미국 미주리대 금속공학 석사, 뉴욕 RPI공대 재료공학 박사를 취득했다. 1974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미 항공우주국(NASA)연구원으로 활동하다가 카이스트 교수로 돌아왔다. 그는 1994년 한동대 초대 총장에 부임했다.

이처럼 안동 산골의 두 천재 형제가 나란히 포항에 와서 국제적 명성의 포스텍과 한동대의 초대 총장을 역임했다. 지난 6월 30일 김영길 전 총장이 별세했다. 장소를 잘 찾아서 포항의 교육발전에 공헌한 두 형제를 기리는 작은 공간이라도 만들면 좋을 것 같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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