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희 새싹발트유치원장
김춘희 새싹발트유치원장

 

요즘 우리 가족은 철길숲이 선물해주는 매력에 빠져 일주일에 4~5일은 꼭 그 산책길을 걷는다. 처음에 딸이 이 산책길을 소개했다. 집에서 멀지 않는 곳으로 철길을 공원화해서 정말 아름답게 만들어진 곳이라며 엄마와 함께 걷고 싶다고 했다. 남편에게 이야기했더니 그곳은 2015년 4월, 포항역이 KTX 신축 관계로 북구 흥해읍 이인리로 이전돼가면서 더는 기차가 다니지 않게 되자 포항시에서 많은 횟수에 걸쳐 시민들의 의견을 듣고 만들어진 곳이라 했다. 그러면서 이 길을 만든 포항 그린웨이추진단장을 비롯한 관계 녹지직 공무원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숲을 뜻하는 ‘Forest’와 기찻길을 뜻하는 ‘Rail’이 합쳐져 철길숲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우리 가족은 효자역까지 철길숲을 걸어보았다. 봄기운이 가득한 큰 나무들 사이의 꽃길을 산책했다. 흙길과 시멘트길, 아스팔트로 구성된 다양한 길은 산책하는 즐거움을 만끽하게 했다. 한참을 걷다 보면 폭신한 느낌의 나무 길도 만나며 운동기구들과 배치된 여러 가지 조형물, 음악분수 등 그리고 흘러나오는 음악들까지도 그 어느 것 하나 조화롭지 않은 것이 없었다.

처음 산책에 나선 이후 벌써 넉 달째 접어들고 있지만 조금도 지루하지 않으니 인생의 새로운 친구를 만난 기분이다. 철강도시 포항의 이미지에 맞게 이곳엔 철강소재의 조형물이 특색이 있다. 이 중에서 두꺼운 철판을 쌓아서 입체적으로 표현하면서 가운데는 묘하게도 남자, 여자가 서 있는 모습이 보이는 작품도 있고 파이프로 만든 사람의 얼굴도 있는데 참 인상적이었다. 걷다 보면 불의 정원도 볼 수 있다. 철길숲을 만들기 위해 굴착하던 중 천연가스가 발견되어 바람이 부나 비가 내리나 하루종일 활활 타는 불을 내뿜는 광경은 신비롭기도 하다.

어느 날 해 질 무렵이었다. 이곳이 원래 철길인 걸 알려주듯 우뚝 서 있는 기관차에서 수증기와 우렁찬 소리가 우려 나왔다. 언제 와도, 오래 걸어도 지루하지 않는 즐거운 산책길이다.

전국에서 보기 드문 도심 속 철길숲은 오늘도 아이들과 함께 산책을 나온 부부, 이어폰을 귀에 꽂고 운동복을 입고 달리는 시민, 자전거를 타는 학생 등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온전한 쉼터가 되어주고 있다. 녹지공간을 넓힘으로써 포항시민의 삶의 질을 높여준 포항시 그린웨이(GreenWay) 프로젝트에 찬사를 보내며 이강덕 포항시장님을 비롯한 추진하신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한다. 두고두고 지역의 자랑이자 명소로 거듭날 철길숲이 오늘따라 더 정겹게 여겨진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