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고조 유방이 한신에게 물었다. “나는 얼마나 되는 군사를 다룰 수 있겠소” “폐하께서는 잘 해야 10만 명 정도 군사를 거느릴 수 있겠습니다” “경은 어떠하오” “신은 많으면 많을 수록 좋습니다. 다다익선입니다” 기분이 상한 고조는 “그렇게 군사를 거느릴 수 있다면서 어찌 내 부하 노릇을 하고 있소” 물었다.

“폐하께서는 군사를 거느리는 데는 능하지 못해도 그 군사를 거느리는 장수를 다스리는 데는 능합니다. 그 능력은 하늘이 주신 것이니 사람이 감히 어떻게 할 수 있겠습니까” 유방과 자신과는 급이 달라 같이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한 한신의 대답에 유방은 한없는 희열을 느꼈다. 천하 통일의 일등공신 한신은 싸움만 잘 하는 것이 아니라 말솜씨도 명장이었다. 결국은 토사구팽을 당했지만 젊은 시절 불량배의 가랑이 사이로 기어간 한신이 천하 통일의 명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적재적소에서 재치있는 말솜씨가 큰 힘이 됐다.

천민 출신인 묵자는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대변, 인간은 누구나 평등하다는 논리를 펼친 진보적 사상가였다. 어느 날 자금이라는 자가 묵자를 찾아와 말을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물었다. “파리와 모기가 종일 소리를 내도 그 소리가 아름답다고 하는 사람은 없소. 쉴새 없이 울어대는 청개구리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없으나 수탉의 울음소리에 사람들은 하루 일과를 준비하오” 말을 아끼고 조심해야 된다면서 묵자는 “말이 많으면 쓸 말은 상대적으로 적다”고 했다.

말이란 그 사람의 마음과 인격을 나타내는 것으로 말을 함부로 하는 것은 인격을 떨어뜨려 낭패를 자초한다. 묵자는 “말에는 세 가지 법도가 있다”며 ‘언유삼법(言有三法)’을 역설했다. “말에는 세 가지 법도가 있으니 성인의 말과 행동에 어긋남이 없는지 생각한 후 말하고, 듣는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헤아린 후 말하며, 정치와 백성의 실상에 비추어 실천 전망을 세운 후 말하라” 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대학특강서 “아들이 스펙이 부족한 데도 대기업에 취업했다”고 해 ‘공능제(공감능력 제로)’라는 비판을 받았다. 황 대표는 묵자의 ‘언유삼법’ 가르침을 깊이 새겨 열 번 생각한 후 한 번 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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