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동 변경안 보고 않자 경북대병원 이사회 한때 의결 보류
포항 구룡포읍 하정리 경북대수련원 부지에 내년 7월 개관 예정

내년 7월 개관 예정인 경북대·경북대병원 인재원 조감도. 경북대.

"이사회를 물로 봅니까." 6월 24일 열린 이사회에서 경북대·경북대병원 수련원 건립 사업계획안을 보류했던 경북대병원 A 이사가 화를 삭이지 못하고 이런 말을 했다. 지난 6일 뒤늦게나마 보류했던 계획안을 임시이사회를 열어 통과시켜준 A 이사는 "크게 상한 자존심을 되찾았기에 의결해줬다"고 했다. 

무슨 사연일까. 9일 포항시 구룡포읍 하정리 기존 경북대 수련원 부지 안에서 기공식을 하는 ‘경북대·경북대병원 인재원’ 건립 사업 이야기다. 경북대병원 이사회가 끝까지 보류 결정을 유지했다면 기공식은 반쪽자리가 될뻔했다. 

내막은 이렇다. 경북대병원은 직원 복지 차원의 수련원이 필요했고, 경북대는 1986년 건립해 30년이 넘어 낡은 수련원을 새로 지을 필요가 생겼다. 학교와 병원이 75억 원씩 분담해 모두 150억 원의 예산으로 건물 한 동씩을 지은 후 병원 측이 건물을 대학에 기부채납하는 방식으로 가칭 ‘글로벌 인재원’을 짓기로 합의했고, 지난해 6월 경북대병원 이사회에서도 이 안을 가결해줬다. 이 과정에서 마치 경북대 총장이 위력으로 병원의 재산을 강탈해가는 느낌이 날 우려가 있어서 교육부가 학교와 병원이 따로 건물을 지은 뒤 기부하면 된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 당시 경북대병원 일부 직원들은 경영적자가 누적된 상황에서 수련원 건립에 75억 원을 내고, 이마저도 학교에 기부채납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병원 측은 직원 2251명이 참여한 설문조사에서 68%가 인재원 건립에 찬성했다는 근거를 들었다. 

인재원 건립 사업은 지난해 10월 사정이 달라졌다. 학교와 병원이 지분을 5대 5로 나눠 공동으로 건립하고 학교에 지분을 기부채납하면 된다는 기재부의 의견이 나왔고, 경북대는 지난해 11월 총장과 병원장에게 이런 내용을 보고한 뒤 올해 3월 단일동으로 설계하는 작업을 마무리했다. 이 과정에서 경북대병원 이사회에 별도 보고를 하지 않고, 지난 6월 24일 이사회에서 알리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경북대 시설과 관계자는 "학교는 인재원 건립예산 75억 원 외에도 기존 교직원동 철거비와 도로 포장비 등 9억 원에다 매년 유지관리비까지 들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제한 뒤 "2개 동이 되든 단일동이 되든 큰 틀에서는 변함이 없는데, 병원 이사회에 시시콜콜하게 보고해야 할 필요성이 없었다. 원칙적으로 경북대병원 해당 부서가 경북대병원 이사회에 보고해야 한다"고 했다. 

병원 이사회의 생각은 달랐다. 지난해 6월 27일 학교와 병원이 각각 75억 원씩 부담해 인재원을 건립한 뒤 학교에 기부채납하기로 의결한 사항이 변경된 만큼, 이를 변경할 경우 이사회에 상세히 보고했어야 한다는 게 경북대병원 측의 입장이다. 이 때문에 "이사회를 물로 보느냐"는 이사회의 성토가 나온 것이다. 

정호영 경북대병원장은 "지난 6일 병원과 학교가 75억 원씩 투입해 인재원을 짓기로 최종 합의하면서 이사회 의결이 났다"며 "서로 간의 입장 차이나 오해가 있었지만, 말끔히 해소됐다"고 말했다. 

한편, 경북대·경북대병원 인재원은 연 면적 6068㎡, 지상 4층 규모로 150억 원을 들여 내년 7월 완공한다. 196명을 수용할 수 있으며, 46개의 객실을 갖출 예정이다. 기존의 낡은 학생동은 30억 원을 들여 별도 리모델링할 예정이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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