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둘러싼 논란에 다시 불을 질렀다. 대통령이 끌고 총리실이 밀어주는 형국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지난 2월 13일 부산에서 열린 ‘스마트시티 혁신전략 보고회’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부산지역 경제인들 앞에서 신공항 재검토 발언을 한 이후 총리실이 김해신공항 재검증에 나서겠다고 하는데 까지 걸린 기간이 불과 4개월여 만이다.

영남권 신공항을 김해공항 대폭 확장으로 결론 내기까지 무려 10여 년의 세월이 걸린 일인데 불과 4개월 여 만에 뒤집으려 하고 있는 것이다. 총리실이 이미 수많은 논란과 검증을 거쳐 결론이 난 국책 사업을 재검토 할 자격이 있는지도 의문이지만, 국고와 인력을 투입해 재검증을 할 만큼 한가한 때가 아니다. 한마디로 돈 낭비에 시간 낭비, 인력 낭비다.

국가 경제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백척간두에 있다. 성과는 물론 실체도 없는 소득주도성장과 허수 투성이 고용 정책은 차치하고 당장 한일 외교의 실종으로 빚어진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규제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기획재정부와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모건스텐리가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8%로 낮췄다. 지난 5월 2.2%보다 0.4%포인트 낮췄다. 모건스텐리는 분석에서 일본과의 무역마찰이 이미 대내외적으로 역풍에 직면한 한국 경제에 또 다른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 같은 비관적 전망은 단지 한 연구기관이나 금융기관의 전망이 아니다. 이런 어려운 난국을 주도적으로 타개해야 할 이낙연 총리와 총리실이 한가하게 10년 넘게 논란과 검증을 거친 김해신공항 문제를 재검증 한다는 말인가. 총리실이 만약 김해신공항 재검증을 한다면 이는 적폐적 행위에 가 될 것이다.

지난 5월 부산 울산 경남(부울경) 지역 여권 핵심 인사들이 국회에 대거 집결해 동남권 ‘관문공항 검증 대국민 보고회’를 열었다. 김경수 경남지사, 오거돈 부산시장, 김영춘ㆍ김정호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과 국회의원 11명이 참석했다. 이날 보고회에서 김해신공항 건설을 백지화 하라는 정치적 압박을 가했다. 이날 주장이 관철돼 국토교통부가 아닌 총리실이 재검증을 맡기로 했다. 부울경과 청와대·여당의 압력에 못 이겨 ‘김해공항 추진’을 고수하던 국토부가 손을 들고 고유 업무를 총리실로 넘긴 것이다. 이는 다분히 내년 총선을 의식한 정치적인 계산이 깔려 있다. 부울경 표를 의식해서 부울경의 입에 젖을 물리는 격이다.

재론하지만 동남권 신공항은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을 놓고 10년이 넘도록 갈등을 빚은 것을 최종적으로 결론 낸 문제다. 지난 2016년 프랑스 전문업체 용역 결과를 토대로 김해신공항 건설로 최종 확정했다. 더욱이 당시 영남지역 5개 광역단체장도 합의서에 서명하고 손을 추켜들었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는 2026년까지 공사를 마무리한다는 세부계획도 마련해 추진해 왔다. 이런 것을 뒤집자는 것이다. 이는 지역분열과, 국민분열을 초래하는 일이다. 이는 사회적 합의와 국가의 국책사업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 이낙연 총리와 총리실은 그야말로 오지랖 넓은 일을 해서는 안 돈다. 더군다나 국가 경제가 백척간두인 이 시점에 이런 부조리와 낭비를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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