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 주산지' 영천에도 농협·농민 손해 막심

신녕농협농산물집하장에는 신녕면 왕산리 등에서 수매한 마늘 하역 작업이 한창이다.
“농협이 ‘갑’이고 농민은 항상 ‘을’이다. 이번에도 결국은 우리 농민들이 피해를 보고 손실을 떠안아야 된다.”

평생을 마늘 농사를 지은 한 농민은 신녕면 마늘 농가들의 하나같은 생각이라고 귀띔했다.

최근 마늘 가격이 폭락한 가운데 농민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마늘 주산지 영천시 신녕면과 화산면을 둘러봤다.

11일 신녕면 소재지에는 마늘을 수매한 차량이 곳곳에서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이구권 신녕농협 조합장은 “어제, 올해 첫 마늘 수매를 시작했다”며 “예전과 달리 올해부터 직접 농가를 방문해 수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수매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우선 수매한 후 시장 가격과 농민들 의견을 종합해 가격을 결정할 예정이다”며 “오는 26일 지역 내 농협조합장협의회에서 마늘 수매가격을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더욱이 “예년에 비해 마늘 가격이 폭락해 걱정이 많다”며 “신녕은 마늘 농사가 90%라 가격에 예민할 수 밖에 없어 수매가 조정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신녕 마늘농가 농민들은 “정부와 농협이 우리 농민을 우롱하는 처사다”며 “지난해 마늘 재배지를 축소하라는 요구에 경북지역 뿐만 아니라 신녕지역 농민들은 약속을 지켰다”고 언성을 높였다.

또 평생 농사를 짓고 있는 70대 한 농민은 “최근 몇 년 사이에 마늘과 양파 농사에 뛰어든 젊은 친구들은 가격이 폭락해 빚더미에 나앉았다”며 “어느 지역에서는 30대 후반의 젊은이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소문도 들었다”고 걱정했다.

신녕면 토박이인 권장옥(61)씨는 “솔직히 열 받아서 마늘 얘기는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농협과 정부가 해도해도 너무 한다”며 “농민들은 수확의 부푼 꿈을 안고 1년 농사를 짓는다. 인건비 등 생산단가를 생각할 때 ㎏당 2500원 가량 투자해 3000원은 받아야 농민들도 먹고 사는데 농협에서 1600원~1700원 수매 얘기는 우리 보고 죽으라는 소리밖에 더 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러한 가운데 이날 신녕면 왕산리와 매향리 등지에서는 마늘 수매 차량들이 신녕농협농산물집하장으로 마늘을 분주히 실어 나르고 있다.

농산물집하장 관계자에 따르며 “수매 첫 날인 지난 10일 600t 가량 들어왔으며 다음 초까지는 계속 비슷한 물량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일련의 이러한 사태를 볼 때 마늘 농가는 농가대로 손해를 보며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수매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고 농협은 조합원들의 입장을 생각해 가격을 높여주며 농협이 손실을 보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라 안타깝다.

권오석 기자
권오석 기자 osk@kyongbuk.com

영천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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