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하지 않은 것들이 어디 있어
그건 버리면 안 돼 이것도 안 돼
애초부터 저장유전자가 있는 것처럼
저장 저장해

터질 것 같은 신발장
삐져나오는 장롱
구석구석 쌓아둔 그에 대한 기억과 고통
별별 것 다 담고 버리지 못하는 저 병증

오늘 버릴 것과 놔둘 것
정리 좀
마음에 켜켜이 담아둔 미움도
추악한 추억도

제발 버려
사는데 문제없어




<감상> 주위를 살펴보면 절대로 버리지 못하고 저장해 두는 사람들이 있다. 수많은 자료를 쌓아놓기만 할 뿐 버리지 못하므로 새로운 창조를 할 수가 없다. 나도 구석구석 쌓아둔 기억과 고통을 버리지 못했기에 더욱 발전을 꾀하지 못했다. 버릴 것들은 과감히 버리고, 잊을 것은 잊어야 마음이 텅 빈 허령불매(虛靈不昧)의 상태에 이를 수 있다. 텅 비고 밝아야 만물에 응하여 창조할 수 있고, 새로운 사랑도 찾아오는 법이다. 안 될 줄 뻔히 알면서도 “제발 버려, 사는데 문제없어.”라고 주위 사람과 자신에게 외쳐 본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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