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성우 사)국가디자인연구소 이사장
허성우 사)국가디자인연구소 이사장

대한민국의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위해서 1, 2부로 나눠서 칼럼을 쓰고자 한다.

보물이 가득 담은 보자기의 4각 중 한 모서리가 빠져버리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결과는 뻔하다. 이런 뻔한 이야기를 숙명처럼 받아들이면서 지금까지 살아온 게 대한민국의 운명이었다. 지금 대한민국이 놓여있는 상황이 딱 이렇다. 대한민국은 지정학적 위치상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4강을 모두 움켜쥐고 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한 국가와의 관계가 틀어져도 우리의 정치·경제는 늘 상 풍전등화와 같았다. 최근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입은 수 조원의 피해를 복구하기도 전에 이번에는 일본이 우리 경제를 흔들려 하니 참으로 우리의 처지가 참 안타깝다. 전 세계 7개국밖에 없다는 3050클럽(국민소득 3만 달러, 인구 5000만 명 이상)에 속하게 되었지만 명실상부한 경제 선진국에 들어섰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우리 경제의 체질이 허약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렇게 불안한 상태로 가다가는 언제 또 IMF와 같은 괴물이 우리를 덮칠지 모른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사마르칸트
사마르칸트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 대전환을 위해서 우리의 시야를 한반도 주변국에서 벗어나 중앙아시아로 돌려 중앙아시아를 거점으로 새로운 경제 성장의 거점을 마련하여야 한다. 중앙아시아는 유라시아를 둘러싼 세계 주요 강대국의 정치·경제적 이해관계가 교차하는 핵심 지역이자 역내 물류 네트워크의 중심부에 위치한 전략적 요충지다. 중국의 ‘일대일로’, 러시아 ‘신동방정책’ 등 강대국 간의 세력 경쟁 및 영향력 확대를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은 이미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유라시아 지역의 주도권과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중앙아시아에서도 ‘동방의 숨은 진주’ 우즈베키스탄에 집중해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수출 다변화를 실천할 최적의 시장이다. 우즈베키스탄은 한반도의 약 2배 면적(44만7,400㎠)의 국토와 중앙아시아 5개국 중 최다 인구(3,240만 명)를 보유하고 가스·금·우라늄·면화 등 풍부한 천연자원을 갖추고 있다. 인구나 산업구조 측면에서 우즈베키스탄은 중앙아시아 5개국 중 성장잠재력이 가장 큰 국가다. 따라서 우즈베키스탄을 유라시아 진출 거점 기지로 삼는다면 한국은 경제적·외교적 무대를 더욱 확장시킬 수 있다. 더욱이 한국이 가지고 있는 산업 전반에 걸친 기술력과 자본, 우즈베키스탄이 가지고 있는 풍부한 천혜의 자원과 질 좋은 노동력이 합쳐진다면 양국에게 새로운 성장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다.

사마르칸트
사마르칸트

둘째, 상호 호혜적 차원의 대등한 협력관계가 가능하다. 우즈베키스탄은 88.6%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미르지요예프 정부가 출범한 이후 법치주의 강화, 경제 자유화 등 광범위한 국정개혁과 개방 정책이 성공적으로 이행되면서 놀라운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자국 내 투자활성화 및 외국인 투자 유치 확대를 위해 외환자유화, 경제특구조성, 조세개혁 등 경제자유화 정책을 적극 추진함으로서 연 7%를 상회하는 경제성장률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은 현재 개발도상국이지만 시혜적 원조가 아닌 한국과 대등한 위치에서 경제적 협력이 가능한 기반이 조성되었다는 의미다.

끝으로 우즈베키스탄은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친한(親韓)적 국가다. 우즈베키스탄은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고려인(약 18만 명)이 사는 국가다. 80여 년 전 강제 이주 등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고려인들을 따뜻하게 품어준 곳이 바로 우즈베키스탄이었다. 그래서 우즈베키스탄은 고려인이 많은 만큼 우리나라에 대한 인식이 매우 좋은 친한(親韓)국가다.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은 정상회담과 한-우즈벡 비즈니스 포럼 등을 통해 여러 차례 “경제 기술 협력을 하고 싶은 첫 번째 국가로 우리는 단연 한국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역만리에서 희망의 손길을 내미는데 그 손을 잡지 않는다면 굴러 들어온 복을 걷어차 버리는 것과 다름없다.

사마르칸트
사마르칸트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 정부도 우즈베키스탄의 미래 가치에 주목을 했다는 점이다. 지난 4월 문재인 대통령이 우즈베키스탄을 국빈방문 하면서 ‘신북방정책’ 추진의 핵심 협력국으로 우즈베키스탄을 상정하고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관계를 ‘특별 전략적 동반자관계’로 격상시켜놓았다. 그렇지만 이제는 애매한 외교적 수사에서 벗어나 양국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와 발전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양국은 함께 번영해야 할 ‘운명공동체’임을 선언하고 공동의 번영을 위해 우즈베키스탄과의 협력관계를 한반도 주변 4국 수준으로 격상시켜야 한다. SOC사업, 중·고부가가치 제조업 육성, 4차 산업 등 한국과 우즈베키스탄 간 경제협력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양국 간의 협력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성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결국 민간의 노력이 중요할 것이다. 이를 위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바로 정부의 몫이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