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굽어 들어온 모포
태양을 옴팍 뒤집어쓰고 커피 파는 여자
쟁반 같은 우주를 들고 밤과 낮을 삼킨 적이 있다
동백꽃 모가지 채 떨어지는 날
가슴팍에 박아둔 아픔은
여자를 때 묻은 포구 구석에 가두었다

뭍에 정박한 대동호 선원들에게 커피를 판다
금이빨이 태양빛에 부딪혀
검붉게 탄 여자 얼굴에 불이 붙는 듯하다

오후 다섯 시
서서 맨드라미가 되어 가던 여자 쪽으로
모포여인숙 간판 그늘 아슬하게 앉는다
떨이로도 사들이지 못했던 웃음

그녀 머리 위에서 소금기를 밷어낸다





<감상> 아픔을 지닌 여인을 포구가 껴안았을 것이다. 포구는 여자의 자궁처럼 둥글게 상처 입은 이를 보듬는다. 쟁반을 들고 커피를 파는 여인은 맨드라미처럼 얼굴이 검붉다. 선원들에게 커피를 파는 여인은 어느덧 한 식구처럼, 이웃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모포여인숙 간판이 때론 그늘이 되어 주기도 한다. 이제 여인은 포구가 포근하게 느껴지고 웃음을 되찾을지 모른다. 맨드라미 담장에 기대어 붉게 피어나듯이.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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