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만수기자

지난 25일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오랜 침묵을 깨고 '당 대표 불출마-친박(親朴)복당'카드를 던졌지만 이슈화에는 실패했다. 공천 파동 이후 '칩거·침묵정치'로 일관해 온 박 전 대표의 파괴력이 예전만 못해 보인다. 4·9총선에서 영남권을 중심으로 몰아친 '박풍(朴風)'의 영향권이 서서히 소멸해가고 있는 느낌이다.

이는 한나라당 지도부의 원칙고수 전략에도 영향이 있지만 '친박복당'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싸늘해진게 더 큰 이유다. 총선은 끝났다. 국민들의 관심은 집권당 내 주도권 다툼보다는 '일하는 국회' '일하는 정부'에 쏠려 있다. 친이(親李), 친박(親朴)은 더이상 국민들의 관심사가 아니다.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민생문제가 산적한 데도 불구하고 집권당 내부의 '내편, 네편' 편가르기가 계속되면서 국민들을 점차 짜증나고 지치게 하고 있다.

당내 원로급 인사는 "친박복당 문제에 국민들이 식상해한다. 언론을 통해 해결할 게 아니라 당사자들이 직접 만나 대화를 통해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민생과 직접 관련없는 '세력다툼'은 되도록이면 조용히 해결하라는 충고다.

박 전 대표는 25일 "친박 당선인들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전당대회 때문이라면 대표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다. 이어 26일에는 대구 달성군이 주최한 '비슬산 참꽃제'에서 "민의를 따라 가야 한다"고도 했다. '친박복당'이 민심(民心)이라는 의미로 들린다.

그러나 4·9총선에서 민심은 한나라당에 153석이란 과반 의석을 안겨줬다. 친박연대나 '친박 무소속 연대'도 나름대로 선전했지만 대세는 아니었다. 민심은 "일 잘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에 힘을 실어줬다는 게 정가의 공통된 평가다. '친박복당'은 차후의 문제다.

박 전 대표는 "더 이상 친이계, 친박계는 없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말에 "계파가 없다면 복당은 문제 될 게 없지 않느냐"는 시각을 보였다. 하지만 박 전 대표가 '친박복당'을 외치면 외칠수록 계파수장으로서의 이미지만 굳어질 뿐이다.

강재섭 대표는 "임기내 친박복당 불가"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면서 순수 무소속과 친박 무소속의 '선택적 복당'의 여운을 남겨뒀다. 박 전 대표는 '일괄 복당'을 굽히지 않고 있다.

'천막당사'의 고통을 감수하면서까지 한나라당을 살려 낸 박 전 대표의 열정과 순수성은 모두가 익히 알고 있다. 당내 정치적 위상도 여전히 높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박풍'에 휩쓸려 낙선한 한나라당 후보들의 심정도 헤아려야 한다. 대표를 지낸 사람으로서 당연히 취해야할 도리다. 그것이 싫다면 친박연대의 진정한 주인이 되는 편이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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