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한반도 출신 노동자(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해 아베 정부가 사용하는 용어)에 대한 한국 법원 (배상)판결에 따라 국제법 위반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일한 청구권협정 때문에 1월 협의를 요구했으나 안타깝게도 한국이 응하지 않고 있다. 중재위 설치 제안도 응하지 않았다. 국제법 위반 상태를 지금 하고 있는 것은 2차 세계 대전 후 국제 질서를 근저에서 뒤엎는 일과 다를 바 없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장관이 19일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를 외무성으로 불러놓고 이 같은 일방적 주장을 전했다. 1951년 전후 처리를 위해 승전국(연합국)과 패전국 일본이 체결한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에서 승전국 지위를 얻지 못한 한국은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받지 못했다. 한국의 대법원 판결은 전후 질서를 규정한 샌프란시스코 조약을 뒤집는 결정이라는 취지다.

이날 고노 외상은 우리 정부의 입장을 전하는 남 대사의 발언을 “잠깐 기다리세요”라며 중간에 끊으며 “(한국 기업과 일본 기업이 1대1로 기금을 마련해 피해자들을 돕자는 한국 정부의 제안은) 국제법 위반의 상황을 시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이전에 한국 쪽에 전달했다. 그걸 모른 척하면서 다시 제안하는 것은 극히 무례하다”고도 했다. 상대국 대사를 불러놓고 노타이 차림으로 말을 끊으면서 “무례하다”고 지적한 것은 매우 공격적이고 도발적인 외교 상식을 깨는 그야말로 ‘무례’다.

고노 다로는 포스트 아베를 꿈꾸는 정치인으로 아베 정권의 강경 노선에 편승해 부친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전 관방장관의 한일관계 신념을 뒤집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고노 외무상은 지난 1993년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해 사과한 고노 요헤이 전 관방장관의 아들이다. 부친인 고노 전 관방장관은 “위안소는 당시 군 당국의 요청에 의해 설치된 것이며, 위안소의 설치·관리와 위안부 이송에 일본군이 관여했음”을 처음으로 인정하는 내용을 담은 담화를 발표했다. 일명 ‘고노 담화’다. 과거사 문제에 반성과 사과를 표명했던 부친 고노 요헤이 전 장관과 달리, 아들 고노 다로 외무상은 징용 문제와 관련해 무례한 담화로 극우 아베 정부의 주구 노릇을 하고 있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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