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지 함량 높은 피순대·채소 가득한 아바이 순대 '침샘 자극'

김천 황금시장 입구.

김천은 사통팔달 교통의 중심지이자, 우리나라의 동과 서를 잇는 한가운데에 위치한 도시다. 그 김천의 대표시장이었던 김천장은 조선시대 5대 시장 중 하나로 알려진 곳이다. 전라도와 충청도, 경상도 3도와 인접하고 있어 ‘삼도시장’으로 불리기도 했다고 한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북쪽에는 윗장터인 ‘중앙시장’이, 남쪽에는 아랫장터인 ‘황금시장’이 자리를 잡으며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2000년대에 들어 다른 동네의 시장들처럼 현대화사업을 통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김천 황금시장.

아랫장터인 황금시장은 위치한 행정구역이 황금동이기 때문인데, 당시 마을에서 사금이 채취되었었다고 전해진다. 매월 끝자리 5일, 10일인 날이 장날이다. 상설시장이긴 하나 장날에 찾아가야 북적한 장날의 제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시장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북문에서 남문까지가 약 140m 정도 되며, 동서로도 80m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다 장날이 되면 시장의 아래 남쪽 골목과 서쪽의 큰길가에도 노점들이 들어서면서 시장의 규모는 더욱 풍성해진다.

김천 황금시장 중앙홀.

주차는 가까운 공영주차장에 가능하며, 총 36대의 공간이 있다. 최초 30분 500원이며, 10분에 200원의 요금이고, 1일 최대 요금은 5,000원으로 아주 저렴하다. 시장에서 물건을 구매하면 주차권을 받을 수 있는데 일정 금액을 감면받을 수 있다. 시장 주변 큰길가에 만들어 놓은 노상주차장에도 차를 댈 공간이 많다.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서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이내 시장 골목인 ‘부자 되는 황금길’을 만난다.

김천 황금시장 황금알 조형물.

시장 한가운데에는 ‘황금알 공원’이라는 쉼터가 마련되어 있다. 각종 벤치와 그늘을 놓아두어 장을 보다가 쉬어갈 수 있게 만들어 놓았고, 황금알 3개를 놓아둔 조형물도 있다. 황금알들은 각각 손으로 돌려서 움직일 수 있게 해놓았으며, 이들을 돌리며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을 들어준다고 한다. 부의 상징인 황금을 이용한 스토리텔링 콘텐츠 중 하나이다.

순대국밥 골목.

김천 황금시장에서 대표적인 골목은 순대국밥 골목이다. 이 골목에는 국밥뿐만 아니라 ‘지례 흑돼지 삼겹살’과 ‘연탄석쇠불고기’, 돼지피를 가득 넣은 ‘피순대’, 단족을 양념하여 무쳐낸 ‘양념족발’ 그리고 ‘돼지껍데기’까지 돼지고기를 이용한 음식들이 가득하다. 이런 다양한 돼지고기 음식을 판매하는 음식점 역시 다수 모여 있는 곳으로 명실상부한 황금시장의 대표 먹거리 골목이며, 위치상으로도 황금시장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

다른 시장들도 돼지고기를 활용한 먹거리들이 많지만 황금시장의 특징은 토종 지례 흑돼지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김천시장보다 지례면의 지례시장이 더 컸다고 한다. 6·25전쟁에서 마지막 보루였던 낙동강 방어선의 바로 안쪽에 위치했던 이 동네에는 당시 수많은 피란민들이 가득했고, 식료품이 부족했던 그때는 돼지를 한 마리 잡아도 피한방울 버릴 수가 없었다고 한다. 푹 고아서 국물을 많이 내고, 내장과 피, 족발 하나 버리지 않고 식재료로 이용을 했으니 자연스레 돼지를 이용한 음식문화가 발달할 수밖에 없다.

지례순대.

이리저리 알아본 결과 현지인도 자주 방문한다는 집이 두 군데가 있었는데, 바로 ‘지례순대’와 ‘보람이 식당’이다. 여느 시장의 음식점들이 그렇듯 지례순대의 순대국밥(6,000원)도 저렴하고 푸짐하다. 뽀얗고 진한 국물에 들깨가루를 듬뿍 넣어서 잡내 없이 고소하다. 상호에서 알 수 있듯 이곳 역시 사용된 고기는 모두 지례 흑돼지다. 흑돼지는 우리나라 토종이지만 일반 돼지에 비해 느린 생장과 작은 체구 등으로 그 규모가 많이 축소되어 왔다. 하지만 먹어보면 일반 돼지고기와는 차원이 다른 쫄깃한 식감과 맛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지례순대의 모듬순대.

이 집은 모듬 순대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메뉴다. 보통 시장에서 판매하는 당면순대가 아닌 아바이순대와 피순대가 놓여 있고, 여러 부위의 돼지고기 수육도 듬뿍 올려진다. 그 위에는 부추를 데쳐서 한 움큼 놓아준다. 함경도 지방에서 유명한 아바이순대는 돼지의 막창에 찹쌀과 우거지 등 각종 채소를 넣어서 순대를 만든 것으로 두터운 막창의 쫄깃한 식감과 찹쌀의 찰진 식감이 색다르다. ‘아버지’를 함경도에서는 ‘아바이’라 불렀고, 그 실향민들이 정착한 속초에서는 창자를 구하기가 힘들어 오징어를 사용했다고 한다.

피순대는 인근에서는 황금시장에서만 볼 수 있는 순대로서, 그 속을 돼지 피와 채소를 섞어서 채운 것이다. 이곳 지례순대에서는 당일 도축한 돼지피만을 사용했다고 하며 냉동하지 않고 바로 사용하여 사장님이 직접 만들었다고 한다. 선지 특유의 향 때문에 순대 초보들에게는 다소 힘겨운 경험이 되지 않을까 한다. 그러나 이런 맛을 즐기는 고수들은 감동을 받을 것이다.

순대국밥 골목에는 양념 족발도 단위 포장되어 판매되고 있다. 콜라겐이 풍부하고 이루 말할 수 없는 쫄깃한 식감을 가진 족발을 싫어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다양한 재료로 양념을 무쳐내어 판매를 하는데 맵거나 짜지 않고 전혀 자극적이지 않은 맛이 특징이다. 외려 다소 심심한 맛이지만 은은한 매력이 있어서 자꾸만 젓가락을 가게 만든다.

김천의 특산품 자두.

배부르게 식사를 한 후 시장을 다시 둘러본다. 시장의 규모에 비해 과일가게가 많은 편이었다. 자두가 시장에 보이기 시작했다. 새콤달콤하고 생각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이게 만드는 자두는 여름철의 대표 과일로서 ‘오얏’이라 불렸다. 이씨 성의 한자인 ‘오얏 리(李)’에 등장하는 오얏이 바로 자두다. 김천이 자두 생산량이 전국 1위인 것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분지 형태인 김천지역의 지리적 조건과 타지역보다 다소 높은 기후 조건, 게르마늄 등의 성분이 많은 토양 조건 등으로 김천 자두는 특히나 품질이 좋고 단맛이 많다고 한다. 전국 생산량의 23%가 김천에서 생산되고 있다고 하니, 명실공히 김천의 대표 농산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매년 7월 중순이면 김천자두포도축제를 개최하고 있으며 올해로 무려 10년째를 맞는다. 김천에는 자두와 더불어 유명한 특산물이 바로 포도이다. 포도 역시 전국 생산량의 11%를 차지하여 1위를 달리고 있다.

진흥떡방앗간

보통 재래시장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먹거리들이 황금시장에도 있다. 떡집도 몇 군데가 있다. 오색 다양한 떡들이 팩단위로 포장되어 있어서 구매가 편리하다. 한 팩당 2,500원에 판매가 되고 있으며 종류 또한 다양하여 선택장애를 유발시킨다. 그 외에 공영주차장 관리인이 추천해주신 청국장이 유명하다는 ‘갈무리식당’은 다음 방문에 들러야 할 체크리스트에 올려두었다.

시골에 살았던 경험 때문인지, 5일마다 돌아오는 재래시장의 장날은 늘 두근거림을 안겨주었다. 그날은 조용했던 시골 동네가 시끌벅적해지는 날이었고 흥겨운 축제 그 자체였다. 타지역에서 온 장돌뱅이들은 신기한 물건들을 가판대에 늘어놓았고, 평소에는 맛보지 못했던 다양한 먹거리들이 풍요로운 잔치였다. 깔끔하게 시스템화된 대형마트에서의 소비가 편리하긴 하지만 가끔은 레트로 감성이 물씬 풍기는 재래시장의 흥겨운 삶의 무대 속으로 뛰어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이재락 시민기자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