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한국 수출규제 조치 확대 우려로 한일 간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오는 23일 방한하는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의 중재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백악관의 외교·안보 정책을 총괄하는 볼턴 보좌관의 단독 방한은 작년 3월 취임 이후 처음으로, 한일 양국 방문이 한일 갈등사태 해결에 전기를 마련할지 주목된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를 통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24일 서울에서 볼턴 보좌관을 만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과 한미동맹 강화방안 등 양국 간 주요 현안을 협의한다”고 밝혔다.

또 “볼턴 보좌관은 방한 기간 중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도 면담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볼턴 보좌관은 일본과 한국을 차례로 방문하기 위해 미국 현지 시간으로 20일 출국했으며, 일본을 먼저 들른 뒤 방한할 예정이다.

앞서 개럿 마퀴스 미 NSC 대변인은 같은 날 트위터에 “볼턴 보좌관이 중요한 동맹국들 및 우방들과 대화를 계속하고자 오늘 일본과 한국으로 출발했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볼턴 보좌관이 1박 2일 일정으로 방한해 한반도 비핵화와 한미동맹 강화 방안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한일 갈등이 증폭되는 상황에서 양국을 동시에 방문하는 점을 감안하면 중재 역할을 시도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이 있었던 지난달 30일 한일 갈등 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의 일환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일 갈등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아마도 (한일 정상) 둘 다 원하면 나는 (관여)할 것”이라며 이번 사안에 대해 첫 언급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관여’의 여지도 열어뒀지만, ‘한일 양 정상이 원하면’이라는 조건을 달아 당장에는 직접적인 관여보다는 한일 양국이 스스로 외교적 노력에 따라 이 사안을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됐다.

따라서 볼턴 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메시지를 갖고 한국과 일본을 동시에 방문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볼턴 보좌관의 한일 양국 방문을 계기로 한미일 3자 고위급 회동이 추진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볼턴 보좌관은 지난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직전에 부산을 찾아 정 실장, 야치 쇼타로 일본 국가안보국장과 3자 회동을 하려 했지만, 베네수엘라 사태가 격화하면서 취소된 바 있다.

볼턴 보좌관은 한국을 방문해 호르무즈 해협의 민간선박 보호 연합체와 관련한 한국의 동참을 요청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볼턴 보좌관이 정경두 국방부 장관을 면담할 예정이어서 이 자리에서 관련 언급이 구체화할 수 있다.

미 국무부는 지난 19일(현지시간) 한국을 포함한 자국 주재 외교단을 불러모아 호르무즈 해협 호위 연합체 구상을 설명했다. 당시 한국에서는 주미대사관 공사급 및 참사관급 인사가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정 실장과 강 장관 등은 볼턴 보좌관과 ‘6·30 판문점 북미 정상회동’ 이후 조성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미 간 실무협상 재개 무드를 이어나갈 방안에 대해서도 머리를 맞댈 예정이다.

당시 회동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중심으로 한 실무팀을 2∼3주 내에 꾸려 북한과 대화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이후 북한은 한미군사훈련 중단 등을 요구하며 대화 재개에 응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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