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부를 증진시키는 근원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저는 단호하게 인의도덕이라고 대답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올바른 도리로 얻는 부가 아니면 그 부는 아름답지도 않고, 영원할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서로 동떨어지도록 방치한 ‘논어’와 ‘주판’을 일치시키는 것이 오늘날 우리가 가장 시급하게 해야 할 임무인 것입니다”

일본을 경제 대국으로 이끈 불멸의 상경(商經)으로 불리는 ‘논어와 주판’을 쓴 시부사와 에이치는 논어로 대변되는 ‘도덕’과 주판으로 대변되는 ‘경제’의 합일설을 설파했다. 시부사와는 진정한 부는 인의도덕에 기반을 두지 않으면 절대 지속 가능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시부사와는 그 자신의 이즘(ism·주의)은 ‘성심성의(誠心誠意)’라 했다. 수신의 도는 ‘그 무엇에든 성의를 다하는 것’ 외에는 없다고 했다.

한일 외교 갈등이 첨예한 이 시점에 일본사람 얘기를 전하는 것은 일본인들이 어떻게 오랜 기간 동안 한 자리에서 장사를 하는 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답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는 상인 존중 전통과 급격한 변화를 좋아하지 않는 성향 때문에 오래된 상점과 기업이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남아 있다. 도쿄 상공회의소 조사에서 150만 개 기업 중 창업 100년을 넘은 노포·기업이 3만3069개, 200년을 넘은 기업이 3000개 이상이 있다. 1000년 기업도 7개나 됐다.

이에 비해 ‘빨리빨리’의 대한민국에선 백년가게나 기업을 찾아보기 어렵다. 개발이니 창조, 혁신, 재생이니 해서 마구잡이 밀어붙이기 성장을 하면서 당골 무당처럼 우리 마음을 편하게 받아주는 휴식처 같은 단골 가게나 기업을 찾기 어렵게 됐다. 그래서 중소벤처기업청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30년 이상 명맥을 유지하면서 고객의 사랑을 받은 음식점, 도·소매점을 찾아내 ‘백년가게’ 이름표를 달아주고 있다. 지난해 시작한 ‘백년가게’ 제도에 경북·대구의 식당과 도·소매점 7곳이 올해 새로 선정됐다. 경주 숙영식당, 김천 부일산채식당, 대구 대동강식당·정화네하우스·산호찜갈비, 영주 덕화상회, 의성 광월농약농자재건재사 등이다. 이들 오래된 가게들은 시부사와 처럼 주인이 ‘성심성의’를 다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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