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준 거주자 718명, 여전히 지원 못 받는 곳 '수두룩'

경북·대구 지역에 폭염이 계속된 24일 오후 대구 달성공원 인근 쪽방촌에 한 시민이 선풍기 앞에서 손 부채질을 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지난 23일 낮 12시 대구 서구 비산7동 한 여인숙.

일 년 중 가장 덥다고 해 대서라고 불리는 이날, A씨(58)가 6.6㎡의 작은 방에서 선풍기 바람을 쐬고 있었다.

이날 낮 최고기온이 33℃까지 오르자 A씨의 방은 숨쉬기 조차 힘들 만큼 기온이 높았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날 만큼 더위에 그대로 노출됐다. 1여 년 전 이곳에 들어온 뒤 낡은 중고 선풍기로 지난해 여름을 났다. 방이 총 17개지만 화장실과 세면시설이 각각 1개에 불과해 불볕 더위에 씻는 것조차 버겁다. 올해는 운 좋게 시민단체에서 새 선풍기를 받아 지난해보다는 좋아지겠지만 다가올 폭염을 생각하니 걱정이 앞선다.

밥을 먹을 때를 생각하면 한숨이 깊어진다.

주로 방에서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만큼 휴대용 가스레인지를 사용, 방안 기온이 더 올라가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되면서 A씨와 같이 소위 ‘쪽방촌’에 살고 있는 이웃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다음날인 24일 대구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다.

이날 중구 대신동 한 여인숙에서 만난 최모씨(52)는 30㎝ 크기의 작은 선풍기 하나로 더위를 이겨냈다.

부산에서 1여 년간 쪽방에서 살다 7개월 전 이곳 여인숙으로 왔으며 6.6㎡의 방에서 더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같은 여인숙에 1년 3개월째 살고 있는 김모씨(43)의 상황은 더욱 어려웠다.

선원으로 일하던 중 지난 2011년 교통사고로 오른쪽 다리 십자인대를 잃었으며 직장을 잃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다리가 불편해 소화가 잘되지 않아 여름에 식사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들을 돕기 위한 서구와 중구 각 1개씩 총 2개의 쪽방상담소가 운영 중이다.

각 지역 복지시설도 이들을 돕고 있지만 도움의 손길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올해 새 선풍기를 지원하고 있지만 쪽방촌 이웃들은 이 사실조차 제대로 모르고 있다. 여인숙 주인이 알려줘 받은 사람들도 있지만 직접 지원을 요청한 경우는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먹거리도 주로 라면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여름을 나는 데 한계가 있다.

쪽방상담소에서 운영하는 무더위 쉼터는 숫자가 적고 거리가 멀어 이용하기 쉽지 않다.

특히 이들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은 경제적인 요인이다.

여름이다 보니 일용직 일자리조차 찾기 쉽지 않고 대부분 건강이 좋지 않아 일을 나가기도 힘들다. 방세만 한 달에 중구의 경우 17만~20만 원, 서구는 14만 원 내외를 내야 하는데 기초생활대상자가 아니고는 한달 살기 빠듯할 수밖에 없다.

쪽방상담소 관계자는 “쪽방에 있는 분들이 특히 폭염에 취약한 것은 당장 방세를 내지 못하면 쫓겨 나는 불안한 주거방식으로 살고 있기 때문”이라며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또 “대부분 외부와 연락할 방법이 없어 여인숙 업주 등을 통해 지원 받을 수 있는 것이라도 알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구쪽방상담소는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쪽방촌 거주자가 718명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조한윤 기자
조한윤 기자 jhy@kyongbuk.com

소방, 경찰서, 군부대, 시민단체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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