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꼬리를 끌며 사라지는 것들이 있다

살아있는 동안에는 꽃 못 피우다가
죽어가면서 마지막 빛을 뿌리는 존재
별똥별처럼 확실하게 살고 싶었다
폭력과 광기가 없는 세상에서
별똥별처럼 흔적 없이 사라지고 싶었다
공포와 전율로 충만한 세상에서

강풍 앞에 꺾이지 않은 저 코스모스는
늘 밝은 얼굴이다 해맑게 웃는 낯이다
주름 가득한 내 이마를 향해 질주해 오는
저들의 운명은 생 로 병 사
공간을 꿰뚫으며 시간을 초월하여 달려가는
저 별똥별의 목숨은 유한하거늘

또 한 명 인간의 죽음을 알리는 밤하늘의 불꽃놀이




<감상> 인간은 별똥별처럼 목숨이 유한하고, 그 삶은 네 글자 “생노병사”로 축약될 뿐이다. 시인은 살아서 꽃을 못 피우다가 죽어가면서 마지막 찬란한 빛을 뿌리고 싶은 욕망을 가진다. 이것도 폭력과 광기가 없는 세상에서나 가능할 것이다. 그 누구도, 어떠한 생명체도 고요한 죽음에 맞서서 이기는 자는 없을 것이고 순종해야 한다. 그런데 강풍 앞에 꺾이지 않은 코스모스는 늘 밝고 웃는 얼굴일까. 인간과 달리 색즉시공(色卽是空)의 순환 원리를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선한 인간만이 죽어서 별이 되고 죽음을 알리는 밤하늘의 마지막 불꽃놀이에 동참하게 된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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