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교육 혁신 명분의 단계적 교육체제 개편 과정에서 자립형사립고와 외국어고, 국제고 등의 일반고 전환 밀어 붙이기로 전국 곳곳에서 찬반 대립이 속출하고 있다. 무리한 정부의 ‘고교체제개편 로드맵’으로 교육 현장에서 온갖 부작용이 분출되고 있는 것이다.

그 한 예가 자율형사립고인 포항제철고(포철고)의 경우다. 포스코교육재단이 지역의 명문인 포철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려 하자 각계각층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포스코교육재단은 이미 포철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고 교사 특별수당 백지화, 야구·체조부 등 운동부 폐지, 인력 구조조정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포스코교육재단은 포스코가 매년 지원하는 출연금을 조금씩 줄여왔다고 한다. 2012년 385억 원이던 것을 올해 180억 원, 내년에는 100억 원 미만으로 줄어들 것이라 한다. 2년 뒤인 2021년에는 지원을 완전히 끊을 것이라고도 한다. 이렇게 되면 정부의 자사고 일반고 전환 계획과 맞물려 포철고의 일반고 전환이 불가피 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포스코로부터 지원이 끊어지면 학교 운영에 지대한 영향을 받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포스코가 내부적으로 포철고에 대한 지원을 끊어 정부 정책에 맞춰가는 모양새다.

포철고는 포스코가 유치원, 초·중학교, 포스텍과 함께 박태준 전 회장의 교육보국 신념에 따라 지역사회 공헌 사업으로 지원해 왔다. 포스코가 교육사업을 포기하는 것은 창업정신에 어긋날 뿐 아니라 지역발전을 외면하는 직무유기나 마찬가지다.

포항시와 포항시의회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포스코의 제철고 일반고 전환 움직임에 대해 “환경문제를 비롯한 여러 어려운 상황에서도 희생을 감내한 포항 시민의 애정을 철저히 무시하고 신의를 저버린 것으로 단호히 반대한다”고 했다.

교육부와 경북교육청이 평가를 거쳐 지난 5월24일 포철고를 향후 5년 동안 자사고로 유지하기로 결정하지 않았는가. 아직 5년의 심사숙고할 기간이 남아 있다. 포스코는 이 기간 동안 오히려 지역 명문으로 자리 잡은 포철고가 자생력과 지속 가능한 학교경영 환경을 마련할 수 있게 적극 도와야 한다. 최근 전북의 자사고인 상산고도 교육부와 전북교육청이 민족사관고, 하나고 등과 함께 앞으로 5년 간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게 되는 등 그 특수성이 인정받고 있다. 이런 때에 포스코가 그간 애써 명문고 반열에 올려 놓은 고등학교 하나를 그렇고 그런 일반고등학교로 전환하려는 것은 지역의 손실이다. 뿐만 아니라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취임사에서 밝힌 “포스코그룹 스스로가 사회의 일원이 되어 경제적 수익뿐만 아니라, 공존과 공생의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시민’으로 발전해 나가야 할 것”고 한 다짐과도 정면 배치된다. 포스코는 포항제철고의 일반고 전환 반대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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