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저의 빈소가 차려집니다
방금 강변의 장례식장에 예약해두었습니다
상제(喪制)가 황망하여 부음을 놓칠까 봐
작별 인사차 미리 말씀드립니다
어울려 웃고 울던 날들을 회상하시어
남은 저의 식구를 위로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왔으니 갑니다
마음은 두고 몸은 갑니다

자다가 생각나
적어두었다




<감상> 자신이 죽기 하루 전에 문자로 이렇게 마지막 인사말을 남길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상제(喪制)를 대신하여 문자를 보낸 것도 식구를 배려하는 마음이 넘치고, 인연 맺은 사람에게 고마웠다는 메시지를 남기는 것도 고운 마음을 지녔기에 가능하다. 자신의 삶이 떳떳하지 않았다면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이순신 장군이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고 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일 것이다. 미리 자신의 부음을 알리는 말을 적어두고 정리해 봅시다. 그러면 자신의 삶이 다른 사람의 눈에 어떻게 비치고 있는지, 음덕(陰德)을 쌓고 떠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대번에 알 것이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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