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무 대구오페라하우스 예술감독
최상무 대구오페라하우스 예술감독

‘디바(Diva)’란 ‘여신’이라는 뜻을 가진 이탈리아어로 오페라에서는 최고의 소프라노 가수를 칭하는 말이다. 최근에는 대중 가요계에서도 최고의 여가수를 ‘디바’로 칭하기도 한다. 오페라 역사상 최고의 디바(Diva)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마리아 칼라스’를 빼놓고는 이야기 할 수 없을 것이다. 얼마 전 ‘마리아 칼라스: 세기의 디바’라고 하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만들어지면서 다시 한 번 그녀에 관한 대중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마리아 칼라스: 세기의 디바’는 톰 볼프 감독이 3년간 직접 인터뷰하고 촬영한 내용을 바탕으로 제작되어 개봉 전부터 큰 기대와 관심을 받은 영화이다. 마리아 칼라스의 사망 전 인터뷰와 미공개 편지, 출판되지 않은 회고록 등을 통해 음악의 시작과 인생의 굴곡 그리고 죽음까지의 과정이 담겨 있다. 디바 ‘칼라스’의 화려했던 생애를 엿볼 수 있는 동시에 평생 사랑과 안정을 갈망하였지만 운명을 벗어날 수 없었던 인간 ‘마리아’의 고뇌도 잘 나타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클래식 음악이 가장 영향력을 발휘하던 시대에 최고의 여신으로 칭송을 받았던 마리아 칼라스. 그녀의 생은 어떠한 오페라보다 더 드라마틱한 인생과 사랑, 그리고 아름다운 노래로 가득 차 있었다. 필자는 5년 가까이 클래식 라디오의 패널로 출연하고 있는데 소프라노 아리아를 고르다 보면 저도 모르게 마리아 칼라스의 음반을 손에 쥐게 되곤 한다. 그녀가 남긴 주옥같은 아리아들은 오늘날 아무리 노래를 잘하는 소프라노가 불러도 그녀와 같은 애잔함과 감동을 오롯이 표현하기가 힘든 까닭이다.

하지만 그녀의 무대가 처음부터 그렇게 화려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리스에서 학업을 끝내고 자신이 태어난 미국 뉴욕으로 다시 돌아가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와 계약을 할 때 그녀의 몸무게는 90kg에 육박하였다. 당시 그녀가 맡으려 한 역할은 여리고 자그마한 체구의 동양인 ‘나비부인’ 역이었다. 결국 계약은 무산이 되고 그녀는 미국을 떠나 이탈리아 베로나 극장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이탈리아 역사상 최고의 영화 감독이자 오페라 연출가인 루키노 비스콘티와의 만남으로 그녀는 세기의 디바로 성장하게 된다. 루키노 비스콘티 감독은 영화에서는 오페라적 양식미를 보이는 반면 오페라에서는 영화와 같은 사실성을 부여했던 감독으로 유명하다. 마리아 칼라스가 한 인터뷰에서 ‘연기가 좋지 않으면 오페라는 살아있지 못하다’고 한 것을 보면 비스콘티의 영향을 많이 받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1950년 비스콘티가 이탈리아 밀라노 스칼라 극장에서 올린 주요 프로덕션에는 항상 마리아 칼라스가 있었다. 이 둘의 만남으로 역사상 가장 뛰어난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공연이 탄생하게 된다.

영화 ‘마리아 칼라스: 세기의 디바’에는 현실의 칼라스가 선박왕 오나시스와의 행복한 미래를 꿈꾸던 순간에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여주인공 비올레타가 죽어가면서 부르는 ‘Addio del passato(지난 날이여 안녕)’을 삽입하여 칼라스의 사랑이 결국 비극으로 끝날 것임을 암시 한다. 어쩌면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에 나오는 아리아 ‘Vissi d’arte vissi d’amor(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가사처럼, 오나시스의 사랑을 받지 못하게 되자 노래와 자신의 인생을 모두 다 잃어버린 한 예술가의 삶을 볼 수 있는 영화이다.

많은 오페라 애호가들은 여전히 그녀를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고 있다. 이제 곧 마리아 칼라스 탄생 100주년을 맞이하게 된다. 한 세기를 지나 대한민국에서 그녀를 뛰어넘는 최고의 디바가 탄생하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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