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면 바닷가·공원 등 더위 피하는 사람들로 북적
전문가들 "숙면 원하면 찬물 샤워·술·커피 피해야"

대구·경북 대부분 지역에 폭염 특보가 내려진 30일 오후 경북 구미시 낙동강 체육공원 물놀이장에 많은 인파가 몰려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연합

오늘 밤도 후덥지근한 게 열대야인가보다.

벌써 며칠째 밤잠을 설치고 있는지 세는 것도 지친다.

편히 수면을 취하지 못하니 다음날 오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졸음을 쫓아내는 것도 곤욕이다.

방학을 맞아 집으로 돌아온 대학생 아들 녀석도 더위를 참지 못하고 매일 밤 웃통을 벗은 채 선풍기를 붙잡고 아우성이다.

어느새 밤 11시, 1시간이 넘도록 침대 위에서 뒤척이다 결국 아들과 함께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는 바닷가로 향한다.

이윽고 도착한 포항 영일대 해수욕장. 아파트 단지를 나설 때까지만 해도 답답했던 공기가 한결 가볍고 선선하게 느껴진다.

해수욕장은 우리 가족처럼 열대야로 잠에 들지 못하고 밖으로 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더위를 쫓기 위해 모래사장에 돗자리를 펴 놓고 누워 바닷바람을 쐬는 사람들, 한 손에 슬리퍼를 들고 물속에 발을 담근 사람들로 북적였다.

집으로 돌아오니 벌써 새벽 1시를 훌쩍 넘겼다. 아직 집안에는 후끈한 열기가 남아있는 것 같다. 오늘도 푹 잠들긴 어렵겠다.

포항시민 임휘숙(55·가명)씨는 “낮 기온이 35℃까지 치솟아 달궈진 집안 온도가 밤늦게까지 떨어지질 않아 며칠째 바닷가에서 열을 식힌다”며 “평소 잠에 쉽게 들지 못하는 편인데 요즘엔 더욱 불면증이 심각해지는 것 같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마른장마가 끝나기 무섭게 시작된 무더위가 이어지며 경북·대구 곳곳에 열대야가 나타났다.

포항은 지난 21일 이후 열흘째 열대야가 계속되고 있으며 울릉과 울진은 각각 3일, 2일 연속으로 열대야 현상을 보였다.

계속되는 열대야로 숙면을 취하지 못해 몸의 생체 리듬이 깨짐에 따라 수면 부족 상태가 이어지며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해마다 늘고 있었다.

30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질병 통계 데이터에 따르면 불면증으로 병원을 찾은 사람은 2012년 약 40만명에서 3년 만인 2015년에 50만명을 돌파하더니 지독한 폭염이 찾아왔던 지난해에는 59만명까지 늘었다.

숙면을 취하려면 뇌가 밤이 왔다는 신호를 인식하고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을 분비해야 하는데 한밤중에도 한낮과 비슷한 27∼28℃를 오르내려 우리 몸이 낮인지 밤인지 구분을 하지 못해 불면증이 생기는 것.

또 밤에 적당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면 상대적으로 낮에 졸음이 쏟아지게 되고,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서 불면증을 겪을 수 있다.

특히 불면증은 업무집중 방해는 물론이며 집중력 저하, 불안 장애, 우울증 등 심각한 수면 질환으로 발전할 확률을 높여 더욱 위험하다.

그렇다면 열대야 불면증을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잠들기 1∼2시간 전, 체온보다 약간 높은 36∼38℃의 미지근한 물로 샤워하는 게 숙면에 도움된다.

다만 체온을 빠르게 낮추려 찬물로 샤워할 경우 순간적으로 시원함을 느낄 순 있으나 근육을 긴장시키고 모세혈관이 팽창해 열을 발생시켜 오히려 숙면을 방해한다.

무더운 여름밤 생각나는 시원한 맥주, 아이스커피 한잔은 숙면을 위해서라면 참는 게 좋다.

맥주, 소주 등 주류나 커피는 이뇨 작용을 활발하게 만들거나 각성효과를 일으켜 잠에 들기 어렵게 만들기 때문에 생수나 이온음료를 마시는 게 권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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