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규채 대구경북연구원 경제일자리연구실장 연구위원
임규채 대구경북연구원 경제일자리연구실장 연구위원

올해 세계경기 사이클도 금융위기 이후 최대의 하락 폭을 보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경기는 3~4년 주기로 변하는 단기파동인 키친파동(Kitchin cycle)이 있고 기업이 설비투자에 따른 8~10년 주기의 중기파동인 쥬글라파동(Juglar cycle)이 있다. 그리고 기술혁신, 전쟁, 자원 재개발과 같은 요인으로 변화하는 약 50~60년 주기의 장기파동인 콘트라티에프파동(Kondratiev wave)이 있다. 이중 우리가 측정하고 있는 경기 사이클은 보통 단기파동인 키친파동에 해당된다. 최근 통계청에서는 우리나라 경기의 주순환이 2017년 2~3분기에 정점을 지나 하강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경기순환기는 저점에서 정점으로 가는 확장국면과 정점에서 저점으로 가는 수축국면을 한 주기로 하는데, 1970년 이후 우리나라 경기 사이클은 점차 진폭이 낮아지면서 단기파동으로 경기진단이 불가능할 정도로 분명치 않다. 그런데 최근의 경기 사이클은 하강국면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어 통계청의 이러한 보도가 나왔는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은행은 2019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로 하향 조정하였는데, 이유는 실물경제 불안감이었다. 결국 경기부양을 위해서는 금리 인하와 같은 완화적 통화정책을 펼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 경제는 대내외적으로 우려의 목소리를 자주 듣고 있다. 이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IMF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강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한국의 경제성장이 중단기적 역풍을 맞고 있기 때문에 강한 부양 조치를 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이전에도 한국의 인구구조 변화, 잠재성장률 둔화 등 성장제약 요인을 지적하였으나 지금은 권고의 수준이 더욱 높아졌다. 둘째,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다. 이렇게 역(逆)성장한 원인은 수출과 투자가 동시에 부진하기 때문이다. 수출은 전기에 비해 -2.6%, 수입은 -3.3%, 설비투자는 -10.8%, 건설투자 -0.1%를 달성하여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셋째, 지금 우리나라 경기는 단기적인 침체가 아니라 생산성 둔화에 따른 추세적 하락을 보이고 있다. 2018년 4.2%였던 수출 증가율은 2019년 1.6%로 하락하였고 같은 기간 민간소비와 설비투자는 각각 0.6%p, 3.2%p 감소하였다. 경제에 대한 기대심리가 최저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넷째, 국민소득이다. 지난해 1953년 1인당 국민소득 67달러의 가난한 나라에서 국민들의 땀과 피로 3만 달러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불과 1년 만에 소득은 그대로인데 원화 가치가 나빠지면서 국민총소득(GNI)이 하락하였다. 그만큼 외부 충격에 너무나 취약한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우리나라는 오히려 세계 갑부에 해당하는 수가 늘어나고 국민의 절반 수준인 46%가 소득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가계부채 비율은 GDP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기업부채는 이미 GDP의 102.2% 수준까지 늘어났다. 저소득층의 소득수준은 심각하여 양극화 수준을 나타내는 엥겔계수는 2018년에 13.4%로 높아졌다. 미국과 영국의 2배 수준에 도달한 것이다.

여기에 지역경제와 산업도 좀처럼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중국시장 점유율 감소로 자동차부품업체의 인력감축과 생산성 감소가 조용히 진행되고 있다.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로 진출한 기업은 나름대로 선전하고 있으나 일부에 불과하다. 올해 섬유산업은 연중 호황기인 4~5개월 이후 가동률 70%대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역경기를 떠받혀 주고 있는 건설업도 공공도급 예산이 축소되면서 사업부진에 따른 투자 재원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소비시장은 업종별로 양극화가 여전히 진행 중이고 소상공인은 최저임금, 근로시간 제한, 경기 부진 등으로 매출이 크게 감소하였다. 금융권에서는 경기 불황기에 대출이 증가하는 특징이 있는데, 최근에는 건전성 지표가 떨어지면서 덩달아 대출도 늘어나고 있다. 제2금융권은 연체율도 상승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 경제는 기분 좋은 지표를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장기 저성장으로 갈 수 있는 기로에서 생산, 소비, 소득이 자연스럽게 순환할 수 있는 정책적 대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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