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대왕 수중릉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에 가면 해변에서 멀지 않은 바다 가운데 있는 자연바위가 눈에 들어온다.

그다지 크지 않은 이 바위는 옛날부터 대왕바위 혹은 대왕암이라 불려 왔다. 이 바위가 바로 삼국통일의 위업을 달성한 문무대왕의 수중릉이다. 이 바위는 화장한 뒤 동해에 묻으면 용이 돼 동해로 침입하는 왜구를 막겠다는 문무왕의 유언에 따라 화장한 유골로 장사를 지낸 곳이다.

최근 이러한 문무왕의 업적을 현대적으로 재조명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경주시는 이러한 움직임과 동해안의 풍부한 해양자원을 활용, 경주의 발전 방향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호국의 얼이 서린 문무대왕릉 및 주변환경 정비를 통한 성역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문무대왕의 호국·애민정신을 기리기 위한 ‘문무대왕의 날 선포식’과 ‘심포지엄’ 등 다채로운 행사를 개최했다.

문무대왕 전국 산악자전거대회
△문무대왕의 날 기념 다양한 행사 마련.

경주시는 문무대왕의 호국·애민정신과 해양개척정신을 되새기고, 그가 꿈꾸었던 해양비전을 재조명해 경주가 해양문화 관광도시의 중심으로 새롭게 도약하는 계기 마련을 위해 문무대왕 해양포럼을 비롯한 다양한 행사를 열었다.

지난 7월 18일 하이코에서 열린 ‘문무대왕 해양포럼’은 문무대왕이 용이 된 날인 7월 21일을 기념하기 위한 ‘문무대왕의 날’ 선포식과 문무대왕 해양대상 시상식, 문무대왕 해양 심포지엄으로 진행됐다.

이번 해양포럼은 ‘천년의 역사·문화도시,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다’라는 주제로 문무대왕에 대한 학문적 연구를 통해 문무대왕을 현대적으로 재조명하고, 동해안의 풍부한 해양자원을 활용해 새로운 경주의 미래 성장 동력을 찾고자 마련됐다.

이날 행사에는 주강현 국립해양박물관장, 김성진 전 해양수산부장관 등 해양 분야 주요인사와 석학 등 300여 명이 참석해 신동해안 시대를 열어가는 경주의 해양발전전략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문무대왕 해양대상 수상자
‘문무대왕 해양대상’은 해양과학, 해양문화, 해양교육 각 분야의 발전에 기여한 개인이나 단체에게 시상했다. 수상은 김경렬 서울대 명예교수, 정수일 한국문명교류연구소장, 울릉군 독도박물관 독도아카데미팀이 수상했다.

경주시는 또 2019년 문무대왕 기념주간을 맞아 28일 ‘경주문무대왕 전국 산악자전거대회’도 열었다.

문무대왕 기념주간 참여행사로 열린 이번 대회에는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경주의 청정바다와 인근의 문무대왕릉, 이견대, 감은사지 등 아름다운 코스로 전국에서 500여 명이 참석해, 청정한 동해 경주 바다를 전국에 알리는데 일조했다.

문무대왕 해양포럼 개최
△‘천년의 역사·문화도시,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다’.

‘2019 문무대앙 해양포럼’에서 기조발표를 한 주강현 국립해양박물관장은 “문화도시의 자리매김에서 경주도 적극적으로 환동해권역 동향에 관심을 기울일 것을 주문한다”고 강조했다.

‘해양실크로드와 문화도시 추진 비전’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주 관장은 “오늘날의 경주라는 현행 도시의 자리매김에서 바다를 제외하고 육지중심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하면서 발표를 이어갔다. 그는 “경주는 환동해권역의 고도이자 현행 도시로 한반도 동남권의 중심 고도로서 가깝게는 일본과 중국, 멀리는 아랍세계와 바다를 통해 내왕했다”면서 “하지만 한국사를 통시적으로 바라보는 관섬에서, 한국학계는 아직도 여전히 육지중심사고에 치우쳐 있다”고 밝혔다.

주 관장은 “바다중심의 해양문명사 연구는 해양의 역사나 실체 자체가 대체로 ‘유사무서(有史無書)’인 조건에서 쉽지 않은 일이지만 한반도의 좁은 울타리, 더군다나 남한이라는 ‘섬’ 논리에 같힌 상태에서 벗어나 유라시아로, 환동해와 오호초크 바다로 나아가는 인식전환은 국가 아젠다인 동북아중심사고나 북방정책의 누락 부분인 ‘해양으로의 진출’ 이라는 공백을 메꾸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날 주 관장은 문화도시라는 관점에서의 경주 비전에 대해서도 짚었다.

그는 “해양실크로드라는 관점에서는 남방 바닷길이 중요할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경주는 동북아의 환동해권역에 위치한다”면서 “일본의 동해권역(그들이 일본해라고 부르는) 도시, 러시아 시베리아의 도시, 북한의 동쪽 도시들, 중국 동북삼성의 도시들이 환동해권에 포괄적으로 포함되기 때문에 경주는 이들 도시들에도 현실적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주 관장은 “포항, 속초, 동해 등 동해안 및 부산을 중심으로한 남동권 도시들은 모두 환동해 및 북극해 항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며 “문화도시의 자리매김에서 경주도 적극적으로 환동해권 동향에 관심을 기울일 것을 주문한다”고 덧붙였다.

문무대왕호
△문무대왕호 운항.

경주시는 청정 경주 동해바다를 수호할 신개념 다목적 해양복합행정선 ‘문무대왕호’를 지난해 12월 7일 취항식을 갖고 본격 운항에 돌입했다.

문무대왕호는 경주 바다의 상징으로 해양관광도시에 걸맞게 새로 건조된 해양복합행정선이다.

기존 시가 보유한 어업지도선은 0.75t 규모의 소형선인데다가 선령 27년으로 선체마저 노후화돼 안정성 문제와 함께 해양수산자원의 효율적 관리와 각종 해난사고 및 재난 발생시 신속한 업무수행에 곤란을 으며, 최신의 다목적 행정선으로 교체해야한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이에 도비 10억을 포함한 사업비 50억 원을 투입해 건조한 문무대왕호는 88t급으로, 승선 정원 30명, 길이 33.5m, 폭 6m, 높이 2.8m 규모를 갖추고 있으며, 어장과 어구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워터제트 추진방식을 채택했다.

1959마력의 고속디젤엔진을 주기관으로 동해안의 거센 파도에도 최대 22노트의 선속을 유지할 수 있어 각종 해양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최신 설비를 두루 갖춘 ‘문무대왕호’는 기본적으로 안전조업지도 및 불법어업 사전예방 단속, 해양 재해예방 및 재난 구조활동과 적조, 고수온 및 각종 해양오염 예찰과 방제 활동을 펼치게 된다.

아울러 청소년 해양역사문화탐방, 각종 해양축제 및 행사 지원 등 경주 바다를 적극 홍보하는 역할을 수행할 계획이다.

감은사지삼층석탑
이견대
△문무대왕의 날 선포문.

경주는 동해를 끼고 있는 해양도시다.

성스러운 바다가 있었기에 찬란한 신라의 어제가 펼쳐졌고, 약동하는 경주의 오늘이 비상하고 있으며, 밝아올 경주의 내일이 기약돼 있다.

이 바다에는 삼국 통일의 위업을 달성하신 문무대왕의 고귀한 얼과 넋이 살아 숨쉬고 있다.

문무대왕은 지방에 굼부대를 배치·강화해 영토를 넘보는 회세를 물리치는 자주정신, 죽어서도 동해바다의 호국룡이 되어서 왜구의 침입을 막겠다고 유언했다.

유언에 따라 호국·애민정신, 바다와 배를 관장하는 선부를 설치하고 선부령을 두어 바다를 지킨 해양정신을 가지고 계셨다.

이러한 문무대왕의 거룩한 정신을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문무대왕께서 돌아가시어 동해바다의 호국룡이 되신 7월 21일(681년 7월 1일·음력)을 문무대왕의 날로 제정·선포해 기림으로써 나라지킴과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자 한다.

황기환 기자
황기환 기자 hgeeh@kyongbuk.com

동남부권 본부장, 경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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