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외교장관 30분 회동 후 폼페이오 ‘美 역할론 발언’ 여부 놓고도 다른 말
강경화 "美, 노력 언급" 예정없던 회견에 고노 "스스로 해결하라는 것" 심야 반박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일 오후(현지시간)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 미디어센터에서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
일본의 보복성 조치로 촉발된 한일 갈등이 고조하는 가운데 한미일 외교장관이 태국 방콕에서 2일 회동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은 이날 오후 4시 30분(이하 현지시간·한국시간 6시30분)부터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30분간 만났다.

회동이 끝난 뒤 한미일 장관이 나란히 선 채 사진을 촬영했지만, 얼굴에 미소를 띤 폼페이오 장관과 달리 강 장관과 고노 외무상의 표정은 시종일관 굳어 있었다.

이 자리에서 강 장관과 고노 외무상은 서로 악수도 하지 않았으며, 두 사람은 폼페이오 장관이 “고맙다”는 말을 하자마자 발걸음을 옮겼다.

폼페이오 장관은 ‘일본의 조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났다.

강 장관은 한미일 외교장관회담 직후 미디어센터를 찾아 예정에도 없는 약식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이 한일 갈등에 대해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을 폼페이오 장관이 밝혔다고 전했다.

강 장관은 기자들에게 “미국도 이 상황에 대해서 많은 우려를 갖고 있고 앞으로 어렵지만 어떤 노력을 할 수 있는지, 할 역할을 다하겠다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일측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결정에 대해서 강한 유감 표명을 전달했다”면서 “즉각 철회, 그리고 협의를 통해서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대화에 나오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강 장관은 “이 사태가 있기 전까지 우리가 끝까지 대화를 통해서 문제를 풀자는 이야기를 전했고 미국도 같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상황이 이렇게 된 데 대해서 굉장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강 장관은 “일본 측이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하고 즉각적인 이런 조치들의 철회, 그리고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5시께 강 장관이 한국 언론을 대상으로 짧게 인터뷰를 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호텔 내 미디어센터에 있던 각국 기자들이 몰려들면서 발 디딜 틈을 찾기 어려웠다.

강 장관이 한국어로만 발언한다고 알리자 외국 언론들은 ‘영어로 한마디만 해줄 수 없느냐’, ‘통역을 제공할 수 없느냐’고 요구하기도 했다.

강 장관의 발언이 각국 언론에 보도되자 고노 외무상은 이날 밤 늦게 강 장관 발언을 반박했다.

교도 통신에 따르면 고노 외무상은 일부 기자들과 만나 폼페이오 장관은 단지 한일 양국이 그들의 의견 차이를 해결하기를 권장한 것이라고 강조하고, 폼페이오 장관이 중재자가 되려고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고노 외무상은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언급했다.

애초 한미일 외교장관이 만나기 전에 열릴 예정이던 한-미, 미-일 양자 외교장관 회담은 앞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가 길어지면서 모두 취소됐다.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은 일본이 이날 오전 한국을 전략물자 수출심사 간소화 혜택 대상인 백색 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데 이어 한국 역시 일본을 백색 국가에서 제외하겠다고 맞대응하면서 ‘강대강’으로 충돌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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