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피해 최소화 ‘부심’…무역협회, 이달 중순 전체 업계 설명회

일본이 끝내 한국을 우방국(백색국가) 명단인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한일 양국의 교역과 산업 생태계가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됐다. 수출규제 대상이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서 식품과 목재를 제외한 거의 모든 산업으로 확대됨에 따라 당분간 양국 교역은 꽁꽁 얼어붙을 전망이다.
일본이 지난 2일 한국을 백색국가(우방국)에서 제외하기로 하면서 다음달 하순부터 일본산 제품의 대(對)한국 수출 절차가 대폭 강화된다.

정부와 관련 기관은 28일로 예정된 백색국가 제외 시행을 앞두고 기업이 받을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번 조치의 구체적인 내용과 바뀐 절차, 대응 방안 등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3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전략물자관리원은 최근 ‘일본규제 바로알기’ 사이트를 개설하고 수출통제제도 및 대한국 조치 현황, 규제 대상 품목, 수출입 방법 등을 상세히 안내했다.

한국이 백색국가 지위를 잃으면 비(非)민감품목 전략물자와 비전략물자여도 무기로 전용될 우려가 있는 품목의 대한국 수출 방식이 일반포괄수출허가에서 개별허가로 바뀐다.

전략물자 비민감품목에는 첨단소재, 재료가공, 전자, 컴퓨터, 통신·정보보안, 센서 및 레이저, 항법장치, 해양, 항공우주·추진, 무기류 제외 기타 군용품목 등 857개 품목이 들어간다.

여기에 비전략물자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거의 모든 산업에 걸쳐 새로운 규제가 적용되는 셈이다.

정부는 이중 이미 개별허가가 적용되거나 국내 미사용·일본 미생산으로 관련이 적은 품목, 소량 사용 또는 대체 수입으로 배제 영향이 크지 않은 품목을 뺀 159개 품목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 기업이 일본에서 수입하고자 하는 품목이 규제 대상인지를 알려면 일본 수출자에게 문의하거나 국내 전략물자 판정 시스템을 통해 확인하면 된다.

백색국가는 포괄허가 혜택을 받아 다수 수출 건에 대해 한번 종합 허가를 받으면 되지만, 일반국가는 수출 건별로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의 유효기간은 통상 3년에서 6개월로 대폭 축소된다. 반대로 처리 기간은 1주일 이내에서 90일 이내로 확 길어진다.

허가를 받기 위해 제출해야 하는 서류도 포괄허가 시 허가신청서 등 2종에서 허가신청서, 신청이유서, 계약서를 포함해 품목별 최대 9종으로 늘어난다.

수출허가를 받는 주체는 일본 기업이나 수입자인 한국 기업 역시 일본 정부가 요구하는 서류를 성실하게 제출해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주요 업종 협회, 지역상공회의소와 함께 지난달 29일부터 업종별·지역별 설명회를 돌며 일본 수출규제의 내용과 영향, 기업 대응 방향, 정부 지원책 등을 안내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한국의 백색국가 배제 조치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전인 이달 중순께 전체 업계를 대상으로 한 설명회를 개최할 방침이다.

코트라(KOTRA)는 해외 무역관을 활용해 대체수입처 확보를 지원한다.

코트라 무역관은 수입처 다변화를 원하는 국내 피해기업별로 해외 소재·부품 공급업체 3∼5개사를 발굴하고 현지 활동을 지원할 계획이다.

하지만 한국 기업이 철저하게 준비한다고 해도 필요한 물품을 얼마나 신속하게 들여올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결국 수출허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일본 정부이기 때문이다.

민간용으로 쓰이는 것이 확인되면 수출허가를 내줘야 하지만 신청 내용에 ‘딴지’를 걸거나 추가 서류를 요구하는 식으로 지연 작전을 쓸 수도 있다.

정부는 어떤 품목에 대한 제재가 중점이 될지, 밀접한 품목은 어떤 것인지, 기업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등을 분석하고 있다.

다음 주 초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과 더불어 보다 구체적이고 상세한 지원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불확실성이 커지는 것에 불안해하는 분위기다.

특히 납기일이 중요한 제품의 경우 미리 신청해놓는다고 해도 제때 허가가 나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수입처를 바꾸는 등의 조치를 할 수는 있지만, 당장 필요한 물품을 사는 것이 어려워져 단기적으로는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출입 통관 신청을 해 놓아도 기업들이 무기한 기다려야 하는 등 일종의 비관세장벽이 될 수도 있다”며 “대상 품목 중 어느 것의 수입이 얼마나 늦어질지는 전적으로 일본 정부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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