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가 그토록 많은 알을
헐떡이며 품는 건
부화하는 알이 적기 때문이다
부화해도 살아남을 확률이 적기 때문이다
어설픈 총질도 여러 번 쏘면 맞는다
시인의 알이 오래전부터
빽빽이 들어차 있다고 해도
현실에 잡아먹히는 시인은 많으니
어깨를 펴 알!
누구도 알지 못하는 거야
어떤 말이 부화할지
흐르는 물도 알지 못한다

살아 있는 녀석은 모두 알이다




<감상> 일본(自國)의 식민지 야욕과 정복을 고발한 시인은 현실에 잡아먹히지 않고 살아 있는 양심이었다. 현실에 매몰되어 시와 동떨어진 삶을 살지 않았기에 오히려 현실을 직시하고 비판할 수 있다. 물고기는 수많은 알을 품다가 기진맥진하여 죽음에 이르고 만다. 몇 개의 알을 부화시키려고 모든 힘을 소진하는 모습이 시인과 닮아 있다. 아무 의미 없는 말들이 빽빽이 들어차도 의미 있는 한 구절이 얼마나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시인이다. 어떤 한 구절이 부화할지 모르니 당당히 어깨를 펴자. 살아난다면 당당히 바다를 향해 치어가, 곧 한 편의 시가 헤엄쳐 나갈 것이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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