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국가산업단지.
일본이 수출 허가 절차 등에서 우대를 해주는 ‘백색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두 번째 수출 규제조치에 들어가면서 일본과의 경제전쟁이 시작됐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주요 산업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는 일본의 수출규제 배경이 일제 강점기 강제 징용 배상 판결로 꼽히면서 한일 경제전쟁이 한일 관계 전체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일본이 1차 수출규제 대상이었던 반도체, 디스플레이 다음 목표로 자동차용 배터리나 화학제품을 겨냥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구미 등에 관련 산업이 있는 경북과 대구 또한 긴장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용 일부 소재는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처럼 일본산을 대체할 제품을 찾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일본이 치밀하게 계획을 준비해온 정황 역시 드러나고 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일본 수출규제에 대비하기 위해 휴가를 반납하고 지난 2일 업무에 복귀했다.

이 지사는 이날 오전 긴급 간부 회의를 소집하고 오후에 일본 백색 국가 지정 제외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 지사는 일본이 한국을 수출절차 간소화 혜택을 인정하는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명단에서 제외한 것과 관련 “도내 기업에 예상되는 피해를 분석하고 이를 최소화할 방안을 다각도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관계 장관회의 등 대응책과 연계방안, 도 차원에서 가능한 모든 규제 완화 검토, 핵심부품·소재·장비 국산화 등 일본 수출규제 관련 예비 타당성 면제 사업 발굴 및 예산 반영, 반도체 소재 기업 지원, 이차전지 소재 부품 국산화 클러스터 집중 추진 등 관련 현안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이 지사는 이날 “일본 수출규제라는 큰 파고를 뛰어넘을 수 있도록 오늘부터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대구시도 같은 날 관련 기관과 함께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지역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대응방안 찾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일본으로부터 수입하는 지역기업은 854개사로, 약 6억5073만 달러를 수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입은 기계, 화학, 철강금속 등 제조업 관련 분야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일본의 수출제한조치 확대가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클 전망이다.

또한 대구지역 기계·부품·소재 분야 대일 수입 상위 25개 품목 중 대일 수입의존도가 50% 이상인 품목은 6개로 소재·부품 분야는 상대적으로 대체 가능성이 높지만, 기계 분야는 신규설비투자·부품확보 등에 대한 우려가 큰 것으로 파악됐다.

산업 분야별로는 섬유 분야 기업들은 자동차, 전기·전자부품 등에 사용되는 산업 섬유 소재의 수급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다.

자동차 분야 기업들은 일본에서 수입하는 소재·부품 비중이 높지 않아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고, 의료기기 분야 기업 역시 일본 수출규제 확대 시, 소재·부품 분야의 일본 수입 비중이 높지 않아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사태 장기화로 인한 우려도 있었다.

대구시는 신속한 대체소재 발굴을 지원하기 위해 대구 TP 나노융합실용화센터를 통한 품질인증 및 신뢰성 평가 등을 최우선 지원하고, 대구신용보증재단을 통해 일본 수출규제 피해기업에 기업당 2억 원씩 최대 100억 원을 보증료율 연 0.9% 고정금리로 지원하고 있다.

포항철강공단.
포항시도 일본의 수출규제 피해 대응에 발 빠른 조치를 보이고 있다.

시는 지난 2일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명단 제외와 관련 이에 따른 포항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본 수출입 관련 기업체를 비롯한 경제 관련 유관기관들과 함께 대책 마련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시는 지난 7월 1일 일본 정부의 고순도불화수소(에칭가스)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의 한국 수출규제 강화를 발표하면서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고시함에 따라 이러한 조치가 포항지역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사전 점검하고 대책을 강구하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 왔다.

이번 일본 정부의 ‘백색국가’ 제외 조치로 식품과 목재를 제외한 거의 모든 품목의 한국 수출은 원칙적으로 개별허가 대상으로 바뀌는 등 수출 절차가 엄격해져 양국 간 무역 거래에 큰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하지만 포항시가 포스코를 비롯한 철강기업과 일본에서 원자재를 수입하는 기업 위주로 예상되는 피해를 긴급 점검한 결과 일본에서 직접 원자재를 수입하는 업체들은 대부분 사전에 비축분을 확보하고 있으며 일본 이외 대체품을 테스트하는 등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어 별다른 피해는 없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다만 이번 일본 정부의 ‘백색국가’ 제외 조치로 대일본 불매운동이 더욱 확산할 것으로 예상되고, 이에 따라 지역 제품의 대일본 수출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됨에 따라 일본 수출입 관련 기업체에 대한 중소기업 자금지원 등 긴급 지원책 마련에도 고심하고 있다.

아울러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포항상공회의소, 포항철강관리공단, 한국은행 포항본부, 포항세관 등 유관기관은 물론 포스코를 비롯한 일본 수출입 관련 기업과 함께 대책 마련을 위한 긴급 점검을 위한 간담회를 5일 오전 10시 30분에 개최해 △지역경제 파급영향 분석 △관련 기업 예상 피해 평가 △향후 대책 등을 논의하기로 하는 등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를 시작으로 사태 진행 추이에 따라 기업 및 유관기관 대책회의을 수시로 개최할 예정이다.

구미시 기업 또한 광범위하고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2일 긴급 대책회의를 연 구미시는 세관을 통해 일본 직수입 업체를 파악하고, 수입처 다변화를 위한 코트라 지원, 일본 소재 대체를 위한 인증, 테스트에 대한 바우처 지원 제도 안내 등을 논의했다.

이날 한 기업대표는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예상되는 피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라며 “합동대응팀에서 기업의 피해에 관심을 두고 적극적으로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

김상철 구미시 부시장은 “합동대응팀의 역할이 중요하며, 일본의 직수입 업체를 파악과 지원, 수입처 다변화 지원, 대체재의 테스트 지원 등 오늘 나온 대책 이외에도 기업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기업이 꼭 필요한 지원책을 발굴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의 한국에 대한 백색 국가에 제외조치로 이달 28일부터 일본이 규제 리스트 대상으로 정한 1100여 개의 전략물자를 한국에 수출하는 현지 기업들은 경제산업성의 사전허가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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