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 대규모 대학병원이 잇따라 문을 열거나 짓고 있어서 수도권과 지방의 의료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 특히 의료 서비스와 의료 인력 수급 불균형이 심각한 경북의 경우 의과대학과 대학병원 설립이 시급하다. 지역민들은 큰 병이 나면 보따리를 싸들고 상급의료 기관이 집중돼 있는 수도권 병원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환자와 가족들이 겪는 고통과 경제적 피해가 심각한 지경이다. 이 때문에 포항시가 의과대학·병원 설립을 위해 ‘포항지역 의과대학 설립 타당성 조사 연구용역’에 착수했다.

포항은 제4세대 방사광가속기와 포스텍, 한동대 등 우수 연구 인프라가 갖춰져 있어서 연구중심 의과대학·병원 설립의 적지로 평가된다. 연구 중심 의대와 병원 설립은 수도권과 지방의 의료 격차 해소는 물론 우리나라 의료 산업의 발전, 정부의 주요 정책인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는 대형 대학병원이 개원했거나 잇따라 개원을 준비하고 있다. 전체 병상 규모가 5000병상 이상이나 된다. 김포공항과 가까운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1014병상의 이대서울병원이 올해 2월 개원했고, 808병상의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이 북한산 자락인 서울 은평구 진관동에 지난 4월 문을 열었다. 여기에다 755병상의 연세대 의대 용인세브란스병원이 내년 초 개원을 앞두고 있고, 을지재단 을지대학이 경기도 의정부에 1234병상의 대규모 부속병원을 내년 10월 개원할 예정이다. 경기 북부권 최대 규모의 대학병원이라고 자랑하고 있다.

이처럼 대형 의과대학 부속병원들이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 설립되고 있어서 정치와 경제, 문화는 물론 의료서비스까지 서울 수도권 집중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수도권과 지방의 의료 불균형이 해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의하면 지난 2016년 기준 경북 지역 인구 1000명 당 권역별 병원급 종사 의사 수가 0.52명으로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의사 수가 가장 많은 서울 1.69명과 비교하면 3.25배 차이가 난다. 경북은 충남(0.59명), 전남(0.74명), 제주(0.80명) 등 비수도권 자치단체들에 비해서도 훨씬 의사 수가 적다. 그도 그럴 것이 인구 52만 명인 경북 포항시보다 규모가 훨씬 작은 경남 진주(경상대학병원), 강원도 원주(원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전북 익산(원광대학병원), 제주시(제주대학병원) 등 4개 도시에도 대학병원이 있지만 포항에는 대학병원이 없다.

경북은 노인 인구 79만 명으로 지역 인구의 30% 이상이 노인으로 보건·의료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하지만 서울 수도권에 대학교 부속병원이 집중되고 있고, 경북의 최대 도시인 포항의 경우 인구가 적은 전국의 다른 자치단체에 다 있는 대학병원 하나 없다. 정부는 연구중심 포항 의과대학·병원 설립으로 지방 의료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지방민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지방의 의료격차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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