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를 빌미로 일본이 수출을 막겠다고 가장 먼저 밝힌 품목은 폴리이미드, 고순도 불화수소, 포토 레지스트 3가지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세계 1위 전략에 깜짝 놀란 견제용이란 시각이 있다. 일본이 들고 나온 수출규제 3개 품목이 모두 삼성전자의 차세대 반도체와 스마트폰에 쓰이는 소재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세계 정상을 이루기 위해 133조 원이란 천문학적 투자를 하겠다고 선언한 비메모리 시스템 반도체에는 이들 소재가 꼭 필요하다는 것. 이처럼 일본의 수출 규제가 한국의 차세대 주력 산업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6일 충남 아산의 차세대 비메모리 패키징 기술개발 현장을 방문했다. 이는 일본의 견제에 굴하지 않고 ‘반도체 비전 2030’을 강력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삼성전자는 보란 듯이 같은 날 세계 최초로 ‘6세대 낸드플래시’를 기반으로 한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저장장치) 양산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차세대 스마트폰 등에 필요한 초고속, 초절전 저장장치다.

삼성전자는 일본의 수출 규제를 ‘기술 초격차(超格差)’로 극복하겠다는 각오다. ‘초격차’는 삼성이 반도체 부문에서 내세우고 있는 경영전략으로 경쟁 상대가 넘볼 수 없는 절대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시장에서의 우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기술은 물론 조직, 시스템, 공정, 인재 배치, 문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문에서 넘볼 수 없게 ‘격(格·level)’을 높이는 것이다.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의 이 초격차 전략으로 2017년 인텔을 제치고 세계 반도체 1위 기업에 올랐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삼성이 놓치지 말아야 할 핵심은 장기적이고 근원적인 기술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글로벌 경영환경 점검 대책회의에서 다시 한 번 ‘초격차론’을 강조했다. 우왕좌왕, 횡설수설 하는 정치권보다 위기 국면에 현장을 점검하고 하나하나 대책을 마련해 가는 기업의 대응 태세가 더 믿음직하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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