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일은 옳지 않다

폭풍을 두려워하며
폭풍을 바라보는 일은 더욱 옳지 않다

스스로 폭풍이 되어
머리를 풀고 하늘을 뒤흔드는
저 한 그루 나무를 보라

스스로 폭풍이 되어 / 폭풍 속을 나는
저 한 마리 새를 보라

은사시나뭇잎 사이로
폭풍이 휘몰아치는 밤이 깊어갈지라도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일은 옳지 않다

폭풍이 지나간 들녘에 핀
한 송이 꽃이 되기를
기다리는 일은 더욱 옳지 않다




<감상> 폭풍을 단순히 ‘시련, 고난’이라고 도식화하지 말고 시를 감상해 보자. 폭풍을 ‘당신, 그리움, 사랑’이라고 생각하고 읽으면 스스로 당신과 하나가 되는 나무와 새를 볼 수 있다. 당신이 지나가기를 기다리기보다는 아픔이 더 클지라도, 어두운 밤이 깊어갈지라도 당신을 맞이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 상처를 피하지 않고 고스란히 받아들일 때, 당신과 나가 분리되지 않고 융화되어 한 송이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난다. 당신이 다가와서 냄새를 맡아주어야 비로소 향기 나는 꽃이 된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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